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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베어 이소연 Apr 29. 2024

금지되지 않는 금지 음식의 비밀

안먹겠다고 정해놓은 것만 더 먹는 이유

대체 금지음식은 왜 정해놓는 걸까?
억눌렸으면 풀지를 않고 왜 더 금지시킬까?



일반인들이 보면 웃긴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내면은 이렇다.


어릴 때부터 억압과 절제, 학대적인 훈육을 받아온 아이들은 살아가는 방식을 그것밖에 알지 못하므로, 성인이 되어서도 그 방식을 내면화(스스로 반복하는 것)한다. 나를 억제하고 절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규칙을 정해놓고 스스로를 억압한다. 억압없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처벌과 훈육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규칙을 어긴다. 그냥 조금 선을 넘는 정도가 아닌, 여태 꾹꾹 누르며 참아왔던만큼 크게 폭발하는 것이다.


규칙을 어기면 맞거나 무시당하거나 처벌당해야 한다. 그런 패턴만 겪어봤으니까. 그러니 스스로를 처벌한다. 규칙을 어긴 나쁜 아이는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었으므로 그 벌로 쫄쫄 굶거나(절식), 쓰러질 때까지 운동하거나, 설사약이나 하제를 사용하기도하고, 구토를 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을 보상행동이라 부른다.



내가 내면화했던 착한 아이의 규칙은 돈까스였다. 물론 돈까스는 온갖 인스턴트 식품과 치킨, 피자, 과자, 빵 등의 살찌는 음식들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살이 찌면 벌을 받아야했다. 그 벌은 다이어트였고, 다이어트는 곧 절식이었다.


절식은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식욕호르몬과 폭식호르몬에 문제를 일으킨다. 먹어도 배고픈 것처럼 느끼고, 먹어도 소화도 흡수도 안되며, 그로 인해 극단적인 허기짐은 폭식을 불러일으킨다. 폭식으로 인한 죄책감과 좌절감, 수치심은 나를 더 강하게 처벌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다 어쩌다, 구토를 배우게 된다. 이유는 술일 수도 있고, 인터넷 등의 모방학습일 수도 있다.




매맞는 아내가 평생 도망가지 못하고 얽혀사는 것처럼


방송인 서세원씨의 서정희씨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으로 인해 둘은 이혼했다. 그런데 서정희씨는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나와서 이혼을 후회한다며, “저를 사랑해서 그랬다고 믿었다. 지금도 사랑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토록 통제와 감금과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가스라이팅 당했던 것은 19살의 어린나이부터 그 쳇바퀴 속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방식의 삶을 알지 못했고, 원래 최선을 다하는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사력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았을수록, 노력이 컸을수록 자신이 오랜 세월 쏟아온 노력이 ‘틀렸다’ 고 인정하고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냥 그 쳇바퀴 속에, 폭력과 억압의 쳇바퀴 속에 갇혀있는 것이 나를 부정하는 것보다, 수십년의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믿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의 삶에 혼자 내던져졌을 때 닥칠 불안과 두려움이 상상이상으로 크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쳇바퀴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이해하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서정희씨는 "나가라고 말을 안 하면 혼자 나갈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목이 마른데도 집밖에 있는 편의점에 물을 사러 나가지도 못하여 도움을 요청해야할 만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데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오랫동안 같은 패턴의 삶에만 학습당하면, 그 외의 삶은 살아가는 방법을 알 수가 없다. 나이가 60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서정희씨의 예는 극단적이다. 하지만 어릴 때 강압적인 훈육과 억압적인 양육방식 하에 살아온 아이들이 처음 세상에 나올 때 서정희씨와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통제당해야 마음 편하고, 또 규칙을 어기면 처벌받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 그 통제력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통제 중 가장 쉽게 생기는 것이 바로 다이어트이고, 음식에 대한 절제다. 살이 찌면 가장 쉽게 눈에 띄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도해보는 스스로에 대한 절제가 다이어트이며, 살찌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가 가장 쉬우니까. 


매맞는 아내가, 그러니까 서정희씨가 폭력을 ‘그것도 사랑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것이 남으로 살다 성인이 되어 만난 남편인데도 그렇게 믿는 것처럼, 아이들은 부모의 억압과 훈육을 ‘사랑’이라고 받아들인다. 그것이 유일하게 받아 본 사랑의 방식인 것이다. 실제로 나를 먹이고 입히고 키워주며 베품받았고, 또 다른 면에서는 귀여워해주고 예뻐해줄 때도 있었을테니까.



잘못된 자기 사랑의 방식, 강박적 다이어트


강박적으로 다이어트를 반복하거나, 절식과 폭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왜 나는 나 자신을 이렇게 묶어두는지, 왜 다른 자유로운 행위들을 통해 나를 마음껏 표현할 수 없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이어트가 과연 진짜 나를 사랑하는 방식인지, 잘못된 사랑의 방법을 여전히 스스로에게 행하고 있는지 되물어보아야 한다. 서정희씨를 보며 ‘왜 저렇게 맞으면서 도망쳐나오지 못해?’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묶어두는 통제 하에서, 반복되는 다이어트에서 왜 도망쳐나가지 못하는지 되물어보아야 한다.



나이 50이 다 되어서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하는 남매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잘못된 양육방식이 원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미 그것이 일어난 일이라면, 그것을 이해하고 나를 바꾸기 위해 내면탐색을 하고 노력하는 것은 결국 성인이 된 우리의 몫이다. 부모 본인들도 사실은 그보다 더 힘든 어린 시절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다이어트는 핑계일 뿐


그러니까 다이어트는 핑계다. 규칙을 정하기도 참 좋고, 규칙을 어기기도 참 편하고, 참고 견디느라 온통 집중하면서 내 감정을 소진해버리기도 참 좋다. 나를 처벌하고 보상을 주기도 참 편리한 방법이다. 음식으로 모든 것이 간편하게 이루어지니까.


우리는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끌어올릴 방법을 공부와 몸무게가 전부라고 배웠다. 한국 사회가, 한국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다. 부모와 사회전체에 그렇게 가스라이팅 당하며 살았다. 그러니 이제는 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리 가치를 평가하는데 공부와 몸무게말고도 많은 기준들이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날씬해지고 싶어한다. 다이어트는 수백년 전부터 행해진 일이다. 그러니까 결국 건강하게 살 빼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마음의 문제를 모두 내려놓으면서 건강하게 살 빼는 법을. 아주 간단하다. 정말 간단하기 그지 없다.




그러니까, 수십년 동안 다이어트와 섭식장애와 심리학, 식습관 관리에 매달려 
공부하고 고민해온 사람이 결론내린, 

진짜 다이어트의 핵심만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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