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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베어 이소연 Apr 22. 2024

사무치게 그립지만 미운 그대, 돈까스

감튀 양념치킨 탕수육 이런 식빵

내가 정말 안먹는 아이였던, 깡마른 초딩이었던 시절이었다.


아버지 사무실의 사무업무를 혼자서 다 맡고 있었던 엄마는 퇴근 후 밥하기를 너무 힘들어했고 짜증을 냈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밥은 집에서 해먹어야 한다면서 매일 저녁 그릇을 집어던지고 화를 내며 밥을 했다. 안그래도 입맛이 없는데 더 먹고 싶지 않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절대로 입밖에 내지 않았다. 뭘 말해도 혼날테니까. 엄마는 어떤 음식을 해도 힘들었으므로.


그러다 어느 날, 튀김기계를 하나 사더니 상기된 얼굴로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원래 좋아하던 돈까스와 탕수육을 처음으로 말했고, 엄마는 기분좋게 돈까스를 튀겨주면서 말했다.



"그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을 하면 되잖아~
말해주면 메뉴 고민할 필요없이 그냥 하면 되고 얼마나 좋아?"



며칠 후, 뭐가 먹고 싶냐고 묻길래 나는 또 돈까스를 말했다. 그리고 불같은 화가 돌아왔다.



"튀김음식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하필이면 하기 제일 힘든 걸 해달래??
그리고 돈까스 자꾸 먹으면 돼지돼!!
쟤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살찌는 것만 좋아해?!"


그릇과 수저가 날아다녔고, 나는 방에 들어가지도, 식탁에 앉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서 엄마의 화를 계속 받아내야 했다. 당연히 저녁식탁에 돈까스는 없었다. 오냐오냐하면 머리꼭대기까지 기어오르니까. 아이의 요구는 다 받아주면 버르장머리 없어지니까.


먹기 싫은 음식을, 화난 감정이 가득 차 있는 엄마의 밥을, 조용히 앉아 꾸역꾸역 먹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도 정성들여 한 밥이라서 감사하게 먹어야하므로. 이보다 더 양가적인, 이중적인 매개체는 없다. '나'는 토할 것 같이 먹기 싫고 당장이라도 체할 것 같은데 '엄마'는 정성들여 한 집밥이라고 하니 내 진짜 감정과 밖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숨막히는 억눌림이 나는 사랑이라고 배웠다.


음식은, 내게 사랑이면서 동시에 억압이었고, 정서적 학대였다. 음식은 내가 갈구하면서도 동시에 혐오하고 해치워없애야하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애정도 관심도 사랑도 싫었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남자들이 좋다고 쫓아다니면 회피하고 거부했다.



그 이후로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을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 연애할 때에도 남자친구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다. 감정도, 욕구도 억누르는 것이 습관화된 성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에피소드다. 맛있다고 두 번 이상 표현해도, 기분이 좋아 폴짝폴짝 뛰어도,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표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나쁜 행동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참고, 표현하지 않고, 얌전히 있는 것, 기다리는 것이 착한 아이였다.  





돈까스는 나의 억눌린 욕구의 상징이다.


엄마가 먹지 못하게 했던, 먹으면 살찐다는 이야기를 수천번 들은, 그래서 스스로 먹으면 안된다고 되뇌어왔던, 숨겨놓았던 내 은밀한 욕구. 중고등학교때, 한참 사춘기 반항기일때 친구들과 돈까스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남편은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돈까스를 사다준다. 뭐 먹을래? 하면 오로지 돈까스이고, 음식은 돈까스와 같은 단어다.


섭식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스턴트 음식, 자극적인 음식들로 폭식을 한다. 스스로 '먹으면 안되는 것'이라고 금지음식을 정해놓고, 야채, 닭가슴살, 요거트 정도의 클린식만 허용되는 음식이라고 정한다. 나 또한 똑같았다. 김밥, 샐러드, 요거트, 사과, 커피 정도만 스스로에게 허용하기로 심리적인 선을 그어놓는다.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놓고 폭식은 그 클린식들을 제외한 절대로 먹어서는 안되는 것들로 허겁지겁 채운다.



대체 금지음식은 왜 정해놓는 걸까?
억눌려 못먹게 했다면 풀지를 않고 왜 더 금지시킬까?


              그래놓고는 왜 또 미친 것처럼 금지음식으로만 폭식을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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