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사이버대학원 상담 및 임상심리 후기 모집 면접 후기

저 공부 좀 시켜주세요.

by 고민베어 이소연

나는 약간 특수한 케이스라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후기를 남기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다른 케이스이기 때문에 정보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후기를 써 보려고 한다.

한양사이버대학원 상담 및 임상심리학과는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다. (특히 후기 대학원은) 처음에는 사이버대학원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입학도 그리 쉽지 않고 석사과정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개강하면서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멘붕이 온 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일반 대학원이랑 비교하자면 뭐…비교할 바는 아니다. 일반대학원은 회사와 비슷한 개념이기에 야근과 주말 출근이 잦은 직업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전에 석사과정을 지원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로, 20대 후반에 심리학 석사과정을 포기한 이후 ‘언젠가는 대학원을 가야지’라는 마음만 있었다. 그러다 결혼 10년 만에 시간적 여유가 아주 조금 생길 것 같아 찾다 보니 타이밍이 맞았고, 22년 후기모집에 급히 지원했다. 준비기간은 약 한 달 정도였다. 후기모집에는 1학기에 생긴 공석을 채우는 정도여서 모집인원이 매우 적다. 결과 발표 후에 문의하니 이번 22년 가을학기 상담 및 임상심리학과 후기대학원 입학생은 3명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작년인 21년 후기모집 경쟁률이 45:1이었다고 하는데, 올해는 명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작년과 비슷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한사대를 지원하면서 내가 좀 특수한 케이스인 이유는

1. 학사가 심리학이다. (보통 심리학 학사를 졸업하면 일반대학원을 간다.)

2. 학사 졸업 후 임상심리 교수님 수퍼비전하에서 쌓은 약 2년 정도의 임상경험이 있다.

3. 동시에 심리학 심화전공 관련 미국 심리학 학사 과정을 수료했다.


결과적으로 합격은 했지만, 이런 백그라운드 때문에 뽑아주신 것 같지만은 않다. 함께 면접 본 분들은 이미 학교 등 현장에 계신 분들이었고,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나 청소년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소지하신 분들도 계셨다.


추측컨대 당락을 결정하는 이유는 2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간절함, 두 번째는 영어 원서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



본격 대학원 지원기


1. 자소서

면접 당일에 입학처 담당자가 떨지 말라고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면서 질문이 없냐고 하셨다. 궁금한 것이 없다고 하자 “서류에서 이미 60명 떨어졌어요! 여기까지 오신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 면접에서 떨어져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라고 하셨다. ‘너 떨어질 가능성이 커’라고 겁주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지원자가 많고 학교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신나 보이셨다.


이렇다는 말은 자소서도 당락을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사실 일반 대학원은 자대 출신 여부, 기존의 이력과 인맥 등이 매우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자소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내정자가 있고 절차는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학부 때부터 3-4년 동안 연구실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TO는 그들에게 돌아간다. 혹은 교수님들이 (영어가 되는) 유학생들을 선호하기도 한다. 나이도 많고 시간도 없는 데다 지방 거주 중인 나는 일반대학원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이버대학원을 선택했다.



여하튼 자소서에서 잘 드러나야 하는 것은 심리학을 얼마나 알아보고 진지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했는지, 그리고 공부한 후 무엇을 목적으로 할 것인지, 또한 석사학위가 꼭 필요한 상황인지가 분명히 드러나야 하는 것 같다.

교수님 입장에서도 ‘심리학 공부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거나, ‘오은영 박사님처럼 상담이 하고 싶다’와 같은 단순한 이유로 지원한 사람은 꺼릴 수밖에 없다. 끝까지 포기 않고 공부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임상이나 상담심리사들의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현장에서 일을 해 봤지만 경제적인 처우는 참 버티기 힘들 정도다. 무급 수련도 2-3년을 해야 하고, 이후 급여는 박봉(최저시급)이다. (2009년 경에 근무할 때 세후 120만 원 정도 받았던 것 같다. 지금도 180만 원대라고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일반 회사와 달리 자격증을 계속해서 따야 하고 공부도 계속해야 한다. 수업료 내고 생활비 쓰고 나면 옷 하나 제대로 사 입을 여건도 안된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남을 돕겠다고 시작했더라도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그 마음이 처음 같지 않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모두 알고 지원하는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노련한 심리학 교수님들의 눈에는 잠깐의 면접에도 이것들이 보이리라 생각한다.


추가하자면 선호하는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및 쓰고 싶은 논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풀어보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내 목표와 심리학을 연결해 생각해봤을 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2. 면접 준비

오래돼 너덜거리는 전공책들. 화면엔 마이어스도 있다.

면접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심리학 공부는 계속해왔던 터라 빠른 속도로 공부했다. 학부 때 보던 상담심리학, 성격심리학 책을 가볍게 훑어보고, 심리학 개론서도 다시 읽었다. 관심 있는 한사대 교수님들의 논문도 찾아서 서문 정도까지는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마이어스의 심리학개론 원서를 찾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봤다. 마이어스의 심리학개론 원서는 서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고, 구글링 하면 전자책 PDF를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한 번 읽으면서 원서 리딩에 나올 만한 문장들을 뽑아 정리했다. 문장을 뽑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각 이론의 기본적인 내용 (깊게 파고 들어가 설명한 각 이론의 뒷부분들 말고 이론 소개에 가까운 앞 쪽의 내용)

2.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로 구성돼 있지 않으면서 두 세문장으로도 각 이론을 설명할 수 있을만한 대표적인 문장.


전체를 다 봐야 하지만 특히 Perosnality, Psychological Disorder, Therapy 분야는 거의 모든 문장을 놓치지 말고 말로 해석해보는 것이 좋다.


뽑은 문장들은 외울 정도로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논문 계획을 정신분석, 행동주의 및 인본주의 이론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3. 면접 진행

면접은 온라인에서 줌으로 진행되었다. 면접관은 두 분이셨고 5명의 지원자가 한 화면에 동시에 입장한다. 후기 입학은 정원이 적어 면접이 압박면접으로 진행된다 하셨다. 한 명씩 돌아가며 질문을 받는데, 압박면접 문제들이 적힌 화면을 랜덤으로 보여주신다. 일반 회사에서 사용하는 압박면접용 질문과 비슷했다.


나는 면접에도 약하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에도 약하다. 한마디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지고 흥분해서 말을 두서없이 한다. 게다가 압박면접이었으니 오죽할까. 그런데 간절함이 그걸 모두 이겼다. 나는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했었고 그나마 10년 만에 기회가 왔다.


사실, 질문에 상관없이 (질문은 '우리가 너를 왜 뽑아야 되는데?' 였다) 온몸으로 간절함을 어필하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그거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닌데요?” 하신다. 그래도 또 준비한 말을 했다. 나는 꼭 공부를 해야겠다고.


또 한 번 날아온다.


“질문에 맞지 않잖아, 됐어요. 그만해”


ㅋㅋㅋ개ㅆ마이웨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완전 이불 킥이다. 무슨 낯짝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상담하시는 분들 사이에선 엄청 튀는 행동이다. 상담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차분하고 온화하고 당황하지 않으시는 캐릭터다. 그 가운데서 나 혼자 목소리 크고 성질 급한 캐릭터였다. (경영학과 출신밖에 없는 나의 주변인들이 들으면 ‘초소심한 니가??’할 소리다. 그만큼 상담사들의 캐릭터는 차분하다) 다섯 분 중에 한 분은 나이 지긋하신 수녀님이셨으니 말 다했다. 다른 지원자 분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시면서도 주어진 압박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하시려고 애쓰셨다.


그리고 영어 원서 리딩이 진행됐다. 다행히 달달 외울 정도로 보고 또 본 것들 중에 나왔고, 두 문장 정도 했는데 또 “그만, 됐어요” 하셨다. 사실 다른 분들 지문이 좀 더 어려웠다. (사실 일 때문에 심리학 원서만 많이 읽었지 진짜 영어는 잘 못한다. 전공영어는 생활영어와는 좀 달라서 한두 달만 시간 투자하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논문을 쓴다면 어떤 것을 쓰고 싶냐는 질문이 들어와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시간은 아주 짧아 허겁지겁 이야기했다. (차분하신 분들을 옆으로 하고. 내 얘기에 "오~ 그랬구나~" 하고 반응까지 해주신다. 역시 상담사님들 최고.)


나의 섭식장애와, 그에 대한 행동치료적 접근과, 정신분석적 접근, 그리고 실질적인 치료 성공 및 이를 적용해 확장해 보고 싶은 이슈까지. 그렇게 급하게 엉덩이 들썩이며 화면에 벌게진 얼굴을 들이대고 얘기하는데 세 번째 제재가 날아온다.


“그만, 알았어 여기까지”


(ㅋㅋㅋㅋ 그만해 3번 듣고 난 떨어질 알았다. 압박면접인데 압박이 안된 나는 정체가 뭘까)

불쌍해서 붙여준 듯




결과적으로 간절함이 전부였다. 간절해서 원서를 통째로 씹어먹었고, 간절해서 벌벌 떨어야 할 면접에서 온 몸으로 들이대며 공부하게 해 달라고 했다.



사실 후기 지원이라 이렇다. 내년 3월 입학에 지원했다면 이렇게 준비할 일도 없었을 거다. 전기 지원자 경쟁률은 높아봐야 4:1 정도이니까. 입학처 담당자들도 내년에 다시 지원하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이번엔 티오가 너무 적다고.








그렇게 신나게 룰루랄라 개강날만 기다렸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읽어야 할 원서만 45만 원어치이고, 3개월 동안 이미 잡힌 세미나만 10회다. (오늘 오프라인 세미나 2회가 또 추가되었다) 거기다 조별 발표 2 번에 과제는 월마다, 중간기말시험은 당연히…

(소소한 팁이라면 원서는 아마존에서 서칭해 중고로 직구했다. 1/3가격이다. 2주 걸릴 것이라 했는데 1주일만에 온다. 오늘!)


나와 남편만의 노동력으로 운영되는 업체유지과,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와, 이제 돌 지난 아가와 엄마 관심에 목말라 슬픈 초딩을 짊어지고 다 할 수 있을까 하며...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해결하러 헬스장으로 달려가고야 말았다. 어떻게든 하겠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MBTI, 믿을만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