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는 것은 소통이 아니예요
이야기 하나. [혼내는 것은 소통이 아니에요]
어느 날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이야기합니다.
“재영이가~ 오늘 선생님한테 혼났써, 준식이 장난감 막 뺏었어”
그래서 궁금해진 나는 물어봅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어떻게 혼내셔?”
이에 대한 아이의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우햗#$^좋니알ㅈ댜ㅗ#%%6아욱@#!(혼내는 투로 소리지르며 외계어 방출) 라고 하고
거울 앞에 서있으라고 했어”
아이는 알지 못할 외계어를 소리지르듯 쏟아내며 흉내냅니다. 아이들의 귀에 어른들의 말이 모두 이해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혼나는 중에, 어른들이 지르는 소리는 그냥 ‘큰소리’나 ‘외계어’로 들리는 듯 합니다. 왜 혼나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들리지 않죠. 단지 어른들이 큰소리를 내고, 화를 내고 있다는 뉘앙스만 받아들일 뿐입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본인의 감정은 차분한 상태에서 다른 친구가 혼나는 것을 들었음에도 외계어로 들리는데, 본인이 혼날 때는 오죽할까요. 정신없이 울고불고 하는 상태에서는 감정만 오고가죠. 엄마도 계속해서 화를 내고, 아이의 생떼도 길어지면 엄마와의 부정적인 경험만 늘어갑니다.
혼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잘못한 일에 대한 이해는 사라지고, 엄마와의 부정적인 의사소통만 남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소통의 방식에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이런 방식이 ‘소통의 방법’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가족이 된 배우자와도 이런 식으로 소통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 소리지르며 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어디까지나 노력일 뿐, 현실에서는 감정통제가 안될때가 있습니다.) 조곤조곤, 아이의 언어로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감정에 북받혀 울고불고 생떼를 쓸 때에는 아이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 외면하고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엄마의 감정도 함께 가라앉혀야 하는 시간이죠.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이렇게 생떼를 쓰면서 물건을 던지거나 부딪히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기다려준답시고 저 멀리 가서 외면하고 있으면 될까요? 아이가 다칠 수 있겠죠. 되도록 감정을 주고받지 않는 눈빛과 제스처로 아이를 제지해야 합니다. 어려운 부분인데요. 우선 눈빛으로 위협감을 줄 수 있으니 차라리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아이를 제지하면서 너무 힘이 들어가면 처벌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위협적이지 않은 선에서 적절한 힘을 사용하여 아이를 제지합니다.
치료실에서는 40kg이 넘는 아이들도 제지해야하므로 그럴 때는 치료사 2-3명이 붙어서 양쪽 팔 가까이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힘을 주어 손목을 잠깐 잡거나 팔로 막습니다. 집에서는 혼자서 아이를 제지해야 할텐데, 작은 아이들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덩치가 큰 편이라면 발버둥치면서 몸싸움이 되지 않도록 벽이나 바닥 쪽에 밀착시켜서 최대한 움직임이 덜 하도록 합니다. 이 때 절대로 행동에 감정이 실려서는 안됩니다. 그야말로 수양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전달해야 할 메세지는 ‘네가 아무리 소리지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엄마의 어떤 반응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 상상해봅시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으려고 동전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음료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자판기에 불도 켜져있고 누르면 삑삑 소리도 납니다. 그러면 온갖 버튼을 눌러보고 자판기를 발로 차보기도 하고 온갖 시도를 다 해볼겁니다. 그런데 자판기가 아예 꺼져버렸다면 어떨까요? 음료수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할 겁니다. 아마 전화번호를 찾아내어 전화를 하는, 좀 더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겠죠.
아이들도 비슷하게 반응합니다.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리액션이 없다면 지레 지칩니다. 그리고 좀 더 효과적인 소통방식을 찾아보려고 노력할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심리치료를 할 때 부모교육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화가 나서 심장이 폭발할 것 같은데 어떻게 참죠? ‘하지마, 그만해’라고 조용히 얘기하는 것도 안될까요? 이 상황에서 일어나는 변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의 떼쓰기의 일차적인 목표가 부모의 관심이라는 것입니다. 언어적 반응, 신체적 반응, 눈길조차도 모두 관심이죠. 하지만 우는 아이를 아예 외면하고 핸드폰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해서도 안됩니다. 아이를 더욱 자극할 뿐입니다.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겁니다.
옆에 앉아 눈빛도 주지말고 기다리면서, 다치치 않도록 아이의 행동은 제지하면서 아이의 말과 행동은 들리고 보인다는 것은 은연 중에 알려주어야 합니다. 눈빛도 언어이므로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면 되도록 보이지 말아주세요. ‘그만해’라고 전하는 말에도 완벽하게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면 하지 마세요. 속이 끓으면 마음을 다스리셔야 합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어른이 해야하는 일이니까요. 아이가 차분해진 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준 후 지시대로 따랐을 때 칭찬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훈육방식입니다.
차분해 진 후의 소통방식을 여러 번 경험한 아이는 좀 더 효과적인 소통방식을 학습하게 됩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분명히 효과가 있는 방식입니다.
+ 뒤이은 이야기는 19개월의 막둥이, 둘째를 키우며 겪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입니다. 첫째는 아파서 몸이 약하기도 했고 마음이 여린 아이였습니다. 관계중심적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받는 사랑과 인정이 가장 첫번째인 아이이지요. 자신의 욕구보다 혼나지 않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욕구가 더 큰 아이이니 혼날 일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둘째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남자아이 못지 않은 둘째의 이야기, 다음 편에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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