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반 [천방지축 둘째, 혼내면 얌전해질까?]

혼내봐야 나만 손해

by 고민베어 이소연


이 책을 쓴 지 약 5년이 흘렀고, 글 속의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늦둥이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둘째는 얌전하고 관계중심적인 첫째 아이와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를 대하면서 저의 육아법칙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5년 전의 이야기들에 둘째의 이야기를 덧붙여 써내려가보려고 합니다.
7살이나 차이나는 녀석들. 어째 덩치는 비슷합니다.



18개월, 천방지축 둘째

한살 반 정도된 둘째아이는 아직 엄마, 아빠, 언니, 물 ,밥 정도의 몇 개 단어만 말할 줄 아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덩치는 커서 평균 3-4세의 키와 몸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지적인 능력보다 신체적인 능력이 더 앞서나갑니다. 제 키만한 높이의 식탁 위에 기어올라서고, 소파 위에서 뛰어다니다 떨어지고, 의자를 옮겨다 놓고 올라가 세면대에 물을 틀어 난장판을 만듭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남자아이같다’고 말할 정도이니 가히 짐작이 가능합니다.


이 쪽에서 물을 뒤집어 엎어 닦고 있으면 저 쪽에 가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습니다. 후다닥가서 '이놈' 하고 뚜껑 덮어 치우고 있으면 의자 위에 기어올라갔다 쾅 떨어져서 엉엉 웁니다. 손에는 아이가 그리도 좋아하는 뾰족한 연필이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달려가서 문 사이에 손가락이 끼고 맙니다. 가슴이 철렁하길 하루에 몇 번, 저도 모르게 꽥꽥 소리가 나옵니다. 정말 혼비백산할 노릇입니다.




그러니까, ‘혼내지 마세요’가 이런 아이에게도 가능한 것일까요?




오늘도 저녁식사시간은 엉망진창입니다.

둘째 아이는 아기의자에 앉기를 거부하고 몸을 쫙 뻗대어서 엄마에게서 도망칩니다.
둘째는‘내가 할거야!’의 욕구가 굉장히 큰 아이입니다. 어른들의 의자에 낑낑대며 기어올라가서 어른 젓가락을 들고 밥 먹을 준비를 합니다. 아직 말을 못하니 “어!!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 손짓을 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데 그 의사표현이 아주 분명합니다.

아기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려 하자 도리도리 고개를 젓습니다. 커다란 언니 숟가락을 들고 밥을 퍼서 반쯤 흘리며 먹습니다. 한두 숟가락 먹더니 숟가락질이 잘 안되니까 수저를 집어던지고 손으로 먹기 시작합니다. 손에 묻은 밥풀은 머리카락에다 비벼 닦습니다. 그릇째 들고 국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나를 보더니 소리칩니다.

“물!!!!무울!!!”

할 줄 아는 몇 개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얼른 물을 떠다 대령합니다

.

그래도 이제 제법 사람답게 먹습니다.




매일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엄마와 아빠의 반응방식이 다릅니다. 사실 바람직한 육아방식은 부모가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지만, 아빠 성향을 바꾸기가 어려우니 적당히 조절하는 선에서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아빠는 단호하고 무서운 목소리로 “네 자리에 앉아!”하며 힘으로 앉히고 밥을 먹입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벽을 보고 세워 30초 이하로 벌을 줍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되자 둘째아이는 아빠와 밥을 먹을 때면 군소리없이 얌전히 앉아 주는 밥을 받아먹습니다. 그렇다면 둘째는 혼내야 정리가 되는 아이일까요?



엄마인 저도 처음에 아이를 대하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첫째아이와 발육도, 성격도, 반응도 정반대였으니까요. 아빠 말을 잘 듣는 것을 보고 그럼 결국 혼내야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난꾸러기는 혼나야 할까?
이 사진 한장이 명랑하고 털털한 둘째아이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줍니다.

그런데 아빠와 있으면서 하고 싶은 것을 꾹꾹 참았던 아이, 엄마가 등장하면 서러움을 대방출합니다.


“엄마!! 엄마아아!!!엄마아아아아!!!”


안아달라며 엉엉 우는 척 연기를 합니다. 너무너무 반가운 엄마에게 안겨서 온갖 애교를 다 부리고는 폴짝폴짝 뛰면서 또 사고를 치러 갑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안기러 오고는 또 장난치러 갑니다. 글로 설명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느껴지시나요? 전형적인 안정애착의 유형입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이는 세상을 탐험하러 나섭니다. 욕구를 아무리 눌러도 튀어나올 곳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해야할 것은 아이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왜 그렇게 자기가 먹겠다고 고집을 부릴까요? 둘째아이는 관계보다 호기심이 앞선 아이입니다. 엄마에게 칭찬받는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물건을 만져보고 탐색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더 큽니다. 서랍 안을 뒤집지 못하게 했더니 혼자 새벽 6시에 일찍 일어나 살금살금 가서 서랍을 몽땅 뒤져볼 정도입니다.


혼자서 숟가락질을 해보는 것, 어른들의 의자에 앉아보는 것, 하나하나의 모든 행동이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유아기의 자기통제감과 세상에 대한 권능감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죠. 그것을 어른들이 모두 억누르고 통제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자라면서 끊임없이 혼나고 통제당한 아이는 자신의 욕구에 대해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됩니다. 이는 곧 자기가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 즉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죠. 한국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혼나고 미움받았다는 세계적인 박사 혹은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합니다. 한국 사회는 튀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호기심을 억압당한 ‘튀는’아이들은 위축되고 자신감 없는 아이로 자랍니다. 그 아이들의 호기심을 키워주었다면 그들은 더 큰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럼 난장판 만드는 걸 그냥 두라는 건가?’


저는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까지 멍석을 깔아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주도적으로 밥을 먹고 싶어 한다면 아예 옷을 벗기고 촉감놀이 하듯이 마음껏 해보고 싶은대로 하도록 둡니다. 하지만 조건을 둡니다. 집에서, 엄마가 허락할 때에만, 주로 저녁시간을 택합니다.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이 조건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아침같은 바쁜 시간이나 식당에서는 얌전히 받아먹도록 합니다.


물건을 뒤지고 싶을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서랍 뒤지기를 하나의 놀이로 택해 서랍을 열어주고 마음껏 만져보고 탐색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정리하도록 시킵니다. 물론 아직 제대로 정리할 줄은 모르죠. 그렇게 몇 번 뒤지고 나면 더 이상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뛰고 구르고 몸으로 놀고 싶어하면 놀이터에서, 침대에서 과격하게 놀아줍니다.


같은 방식을 수없이 반복하면 아이도 그 패턴을 이해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충분히 해소하면서도, 욕구를 방출해야 할 때와 통제해야 할 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았으니 떼를 쓰고 몸싸움 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그래도 꽥꽥 소리를 지르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위험한 순간들이죠. 차도로 뛰어든다거나, 자동문에 손가락이 끼인다거나, 진짜 위험한 순간들은 혼내야 합니다. 단호하고 강한 목소리로 아주 ‘짧게’ 설명하고, 같은 곳에 갈 때마다 반복해서 설명합니다. 그러면 이제는 아이도 자동문 앞에서 손가락을 꼭 쥐고 말합니다.


“아야!!아야!!”


제가 그럴 줄은 몰랐지만, 아들 엄마처럼 되어버려서 의자에서 떨어진다거나 놀이터에서 넘어져서 구르는 정도로는 달려가지도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천방지축 날뛰는 아이일수록 혼내는 방식으로 하는 소통은 비효율적입니다. 아이는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니 더 자주 떼쓰고, 엄마는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통제하려들면 들수록 아이는 더 몸부림칩니다. 물을 손으로 꽉 움켜쥐어보세요. 움켜쥘수록 흘러내립니다. 아이도 똑같습니다. 통제하고 꽉 쥘수록 더 삐딱하게 튀어나갑니다. 유아기에 혼내는 것은 올바른 소통방식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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