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면 마음을 닫는답니다
이야기 둘 [혼내면 마음을 닫는답니다]
29개월 된 첫째 아이는 기저귀를 떼려고 종일 속옷을 입는 중이었습니다. 하루 한 두 번은 실수를 하곤 했죠.
하루는 집안일로 지친 상태에서 굽은 허리를 펴고 있는데 아이가 큰 볼일을 실수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화를 냈습니다.
"팬티에다 응가하면 어떡해!! 아기변기 있잖아! 변기에다 앉아서 응가해야지!"
"으아아앙!!! 기저귀 할거야! 기저귀이이이!! 엉엉엉"
크게 상처받았던지 속옷 대신 기저귀를 하겠다고 30분 동안 웁니다. 배변훈련을 그만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기저귀를 하면 실수할 일이 없으니까요.
(이 때는 자아가 인식 및 형성되는 시기이면서 수치심을 처음 알게 돼 매우 강하게 느끼는 시기입니다.)
이미 엄마가 저질러버린 실수,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일까. 울며 떼를 쓰는 아이를 두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규칙없이, 계획없이 그때그때 내키는대로, 편한대로 했던 저의 행동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엄마의 실수를 사과하고, 화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일단 원하는대로 기저귀를 입혔습니다. (여기서 엄마가 이기겠다고 끝까지 속옷을 입히면 배변훈련을 앞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리고 배변훈련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3-4시간만 속옷을 입고, 입고 있는 동안 한두시간에 한 번 화장실에 갈 것인지 물어보며 조금씩 속옷 입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하더라도 혼내지 않고 차분히 ‘쉬하고 싶을 때는 엄마한테 얘기하는 거지?’ 라고 이야기해주고, 변의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일주일만에 거의 완벽하게 배변훈련이 끝났습니다.
육아에서 만나는 일들 중 제가 임상에서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한가지가 바로 배변훈련이었습니다.
사실 ‘배변이야 크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크게 신경을 안 썼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합니다. 그래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지 않는 탓에 되는대로, 화가 나는대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프로이드는 배변훈련이 성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배변훈련을 적절히 거치면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성격이 형성되고, 반대로 배변훈련을 너무 엄격하게 하면 항문고착적 성격(청결과 규칙에 대해 강박적이거나, 도전적이고 반항적이거나)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과정을 생각없이 거치려 했던 것입니다.
이 경험에 한 번 더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아이를 혼내는 것은 가르치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자존심을 다치게 해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조차 닫게 만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이들은 백지상태와 같기 때문에 규칙을 정해주고 적절한 강화(칭찬 및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주면 그대로 따릅니다. 아이가 잘못 행동하는 것들은 모두 어른들에게서 배웠거나, 적절한 행동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매커니즘을 이해하면 아이들이 잘못하는 행동에 대해 무턱대고 화나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아이를 혼내기 전에 엄마인 내가 먼저 잘못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아이를 잘못 이해하지는 않았는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이 시기의 관계형성과 세상에 대한 반응방식은 아이가 훗날 어른이 되어 만들어 갈 관계의 기본패턴이 됩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그러면 어디선가 그 사람의 태도를 결정하는 때가 정해져 있겠지요. 그것이 유아기이고, 그만큼 이 시기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는 비단 사회적 관계 형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학습에도 큰 영향을 미치죠. '어른들은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비난하고 평가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유아기의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훗날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에게 마음의 문을 꽉 닫고 대하게 됩니다. 배울 때도 경계의 눈초리로 공부하게 되고,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도 쉽사리 생기지 않습니다.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자신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예뻐하게 되겠지요.
어른들과 선생님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시험을 치는 순간으로 이어져서, 시험치는 순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얼어붙는 불안과 공포로 야기됩니다. '못해서 혼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 불안으로 실력보다 훨씬 낮은 결과를 얻게 되고, 이는 다시 자존감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엉덩이에 땀띠에 진물이 날 때까지 공부하고도 늘 2-3등으로 밀려났던, 시험공포가 굉장히 심했던 제 경험담입니다. 이 메카니즘을 모두 이해하고도 시험공포와 불가능한 완벽주의는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물론 시험자체가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자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국사회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일입니다.
+ 뒤이은 이야기는 19개월의 막둥이, 둘째를 키우며 겪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입니다.
첫째는 아파서 몸이 약하기도 했고 마음이 여린 아이였습니다. 관계중심적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받는 사랑과 인정이 가장 첫번째인 아이이지요. 자신의 욕구보다 혼나지 않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욕구가 더 큰 아이이니 혼날 일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둘째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남자아이 못지 않은 둘째의 이야기, 다음 편에서 풀어보겠습니다.
[함께 읽는 이야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난꾸러기 둘째는 혼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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