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기 대신 올바른 표현법을 알려주세요
이야기 셋. [엄마는 왜 그렇게 못 알아들어!]
세 살 첫째, 아침에 평소보다 두시간이나 일찍 일어났습니다. 눈 뜨자마자 이불 위에 누운 채로 팬티도 입지않고 뽀로로 양말을 신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입니다. 그러다 자기가 좋아하던 에디 옷을 달라고 합니다. 표현은 단 한 단어입니다.
"에디옷!!! 에디옷! 으아아앙"
빨래하려고 빨래바구니에 넣어버렸다고 했더니, 세탁실 앞에 달려가 발을 구르며 에디 옷을 찾아내라고 생떼를 쓰고 엉엉 웁니다. 앞뒤 맥락없이 이게 무슨 일일까요?
이해해보려고 생각하며 10분 넘게 우는 것을 보고 있다가, 빨려고 내놓은 에디 옷을 빨래통에서 도로 꺼내줬습니다. 옷은 눅눅하고 꼬깃꼬깃합니다. 아이는 에디가 보이게 입혀달라 합니다. 입고 있던 옷도 안벗고 그 위에 입겠답니다.
항상 규칙대로, 순서대로를 좋아하는 아이가 평소의 루틴도 다 깨버리고 왜 갑자기 이유도 없이 생떼일까. 아이가 울고불고 하니 정신이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입히고 나서 조용해진 아이를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하니 오늘 서울에서 친할아버지가 오셔서 그런 것 같아 물어보았습니다.
"서울할아버지한테 에디 옷 보여드리고 싶었어?"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에디캐릭터가 그려진 내복이 참 마음에 들었었나봅니다. 제일 좋아하는 친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급했던 모양입니다. 엄마 생각에는 에디옷이 외출복이 아니라 내복이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줄만한 옷이 아니라고 여겼기에 아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겁니다.
아직 문장으로 표현이 어려운, 말이 서툰 시기, 29개월. 표현할 줄 아는 것은 ‘에디 옷!’ 한 단어인데 마음이 급하니 울음부터 나오고 엄마는 앞뒤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 것은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에서야입니다. 아이가 며칠 전 이야기하더군요.
아니, 29개월짜리 꼬마한테 옷이 기분이 되는 줄 제가 알았겠습니까. 열살 쯤 되니까 옷 입을 스케줄을 미리 짜놓고 빨래 스케줄까지 기억해둡니다. 아무거나 손에 닿는 것을 주워입는 저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일입니다. '며칠 후에'라던가 '미리 정해두었다'라는 문장을 말할 줄도 모르는 꼬맹이 머릿속에 그런 게 들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5년 전에 쓴 글에도 '아마 할아버지에게 예쁜 옷을 보여드리고 싶었나보다'라고 써두었더군요. 꼬맹이가 혼자 머릿속에 미리 정해둔 옷 스케줄을 제가 알리가 있겠습니까. 사실 찰떡같이 알아듣는데에도 한계가 있지요.
아이는 옷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두세살부터 자신의 정서와 기분을 옷과 시각적인 요소들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으니 누가 말려도 아이는 디자인 관련 일을 하겠지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아이들은 가끔 앞뒤없는 생떼를 씁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우리아이가달라졌어요]에서도 그런 아이가 다반사죠. 객관적으로 보면 맥락이 보일수도 있는데, 막상 현실에서 울음소리와 함께 정신없이 당하면 단순한 생떼로 보입니다.
그럴 때 엄마도 앞뒤없이 혼내기만 하면 떼쓰기는 더 심해지고 엄마와의 관계는 부정적인 경험만이 늘어갑니다. ‘엄마는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 이 되며 올바른 소통의 방식은 배울 수 없습니다. 엄마와의 소통방식은 곧 성인이 되었을 때 세상과의 소통방식이 됩니다. 눈치빠르게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알아주며 올바른 표현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이의 건강한 정서를 위해, 나의 건강한 육아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아이의 생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인과관계가 없어보여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면, 아이가 화를 내는 것을 기다려주게 됩니다.
어른들도 감정이 치밀어오르면 다 쏟아내고 나야 시원하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감정을 모두 쏟아내고, 지나가도록 지켜봐줍니다. 이 또한 표현의 방식이기에 아이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론, 상황을 이해시켜주고 올바른 표현방식을 알려주어야 하겠지요. 우는 것이 아닌, 올바른 표현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했을 때에는 즉각 원하는 것을 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생떼 쓴 아이가 밉다고 해서, 벌을 준다고 해서 바르게 표현했을 때에도 원하는 것을 끝까지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대체 어떻게 의사표현을 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영원히 배울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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