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을 위한 치유에세이1
엄마들을 위한 치유에세이1
_육아이야기 사이사이에 전하는 치유에세이입니다.
저는 늘 정서적 욕구에 목말라하며 자랐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고, 그 이유는 한 세대를 넘어 어머니의 어머니, 즉 외조부모님에게 사랑을 표현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랑의 표현을,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고서야 알 길이 없겠죠. 그렇게 자라다 보니 저는 애정표현을 받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고, 요구할 줄도 몰랐습니다. 물론, 스스로 사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냥 태어나서부터 몰랐던 것이기에 받을 줄도, 줄 줄도 몰랐던 거지요.
사람을 깊이 사귀는 것이 편하지 않았고, 늘 무언가 불충족된 상태로 살았습니다. 즐거울 일도 없었고 무엇을 해 보아도 충만하거나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저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했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 모든 것이 애정결핍과 불안정한 정서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를 알게 되는 과정이 짧거나 순탄하지는 않았죠.
나 자신을 알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집에서 놀면서 늘 엄마의 반짇고리를 뒤적이면서 엄마냄새를 맡고는 했습니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말이죠. 지금 돌아보니 엄마가 잘 쓰지도 않는 반짇고리였는데 말입니다. 화장품을 뒤지면 혼이 나니까요. 그 때는 왜 그게 좋은지 잘 몰랐습니다. 반짇고리가 엄마 대신이었나봅니다. 반짇고리는 엄마처럼 화내지 않으니 말이예요.
또 하나는 곰돌이책이었습니다. 한글을 알기 전 2세정도부터 엄마에게 수 천번 읽어달라고 했던 책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는 엄마가 함께 해 주었고, 곰돌이 책은 엄마와의 좋은 기억이, 사랑이 담긴 물건이었습니다. 놀러갈때도 곰돌이책 전집을 늘 다 싸들고 다녔죠. 한글을 곰돌이책으로 다 뗐는데, 한글을 뗀 후에도 너무 그 책만 보려고 해서 친정엄마가 곰돌이 책을 버렸습니다. 얼마나 상처받았을까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기는 합니다.
엄마가 사랑을 표현해주지 않으면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없느니만 못합니다. 화내는 엄마보다는 반짇고리가, 곰돌이책이 나을 수도 있죠. 그렇게라도 정서적 욕구를 대신 충족시킬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어떤 아이들은 애착이불이나 애착인형을 만들어 밤낮으로 물고 다니기도 합니다. 이렇게 충족되지 못한 애착욕구는 어른이 되어 음식을 탐하게 되거나, 인간관계에의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애착인형을 찾는 것처럼, 저희 친정엄마는 나이 육십이 넘어서까지 엄마 역할을 해 줄, 엄마처럼 애정과 보호를 제공할 누군가를 찾아다녔습니다. 본인은 그랬다는 것을 잘 모르시겠지만은요. 그 대상은 종교가 될 때도 있었고, 건강운동이나 참선, 명상 등을 하는 지도자였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60대 중반이 넘어가자 생각을 바꾸셨더라구요. 거꾸로 자신이 엄마 역할을 해 줄, 나이가 좀 어린 친구 분들, 혹은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을 해주면서 그 욕구를 채우기 시작하셨습니다. 뚱뚱하고 사회성이 없는 아이들도 껴안아주고, 세상살이가 힘든 인생후배들에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도 해주면서요. 사랑을 주는데 어떻게 애정욕구가 거꾸로 채워지냐구요? 집에서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수년동안 애정을 주면, 그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쫓아다니면서 선생님이 너무 좋다고 해요. 그러면서 친정 엄마의 얼굴도, 성격도, 행복도도 완전히 달라지셨죠. 엄마에게 받지 못한 애정욕구는 이렇게 오래도록 영향을 미칩니다. 죽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아마 많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는 주말이나 어린이집 방학이라 긴 시간을 아이와 둘이 보내야 할 때,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느라 오히려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하루종일 같이 있는데 뭐’ 하는 생각에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자꾸 뒤로 미루게 되거든요. 단순히 함께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아이의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떨어져 있다 만났을 때 사랑이 샘솟고, 질높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워킹맘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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