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사업자의 심리학 창업
12년 전, 심리치료를 그만 두었던 이유
제가 모든 것들 (심리학 학사, 일반대학원 연구실, 종합병원 치료실, 미국유학준비)을 경험하고, 결과적으로 실무자로서 받게 될 급여수준도 잘 알면서 사이버 대학원의 석사과정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긴 역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병원 심리치료실을 그만두게 된 것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폭식증 때문이었어요.내담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 치료과정에서 아웃풋이 빠르고 분명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사람마다 본인에게 잘 맞는 성향의 일들이 있는데, 저는 결과물을 위해서 밤을 새고 온 힘을 쏟아부어서 가시적인 성취를 맛보는 것이 맞는 사람이었거든요. 또한 혼자서 연구하고 공부할 때 가장 몰입도가 높고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심리학은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것이었고, 인생의 반을 심리학과 함께 했습니다. 그만큼 좋아했던거죠. 심리학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담보다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심리치료사 일을 그만두고 바로 유학준비를 했어요. 하지만 비용 문제로 결국 가지 못하고 결혼을 했죠.
굴곡진 인생의 미끄럼틀을 타고 심리학 대신 창업을
결혼 직후 남편과 아이의 건강문제로 둘 다 퇴사하고 귀촌했고, 나이 서른에 졸지에 실업자가 된 저희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시골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일이 없었거든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꽃집과 카페 창업을 했는데, 제가 할 줄 아는 것이 심리학과 글쓰는 것 뿐이어서 심리학을 기반으로 글을 쓴 컨텐츠로 마케팅을 꽤 성공적으로 했었어요. 마케팅 할 때 심리학이 기반이었다보니 외부 업체들이 심리학 색을 넣은 업무를 요청하시더군요. 그래서 주로 공공기관을 상대로 심리테라피 꽃강의를 했습니다.
여기서 예측 가능하시겠지만 점점 성장이 멈추면서 한계가 옵니다. 꽃꽂이가 주 활동이기는 하지만, 심리학을 기반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계속해서 공부하고 점검받고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성장하기가 어려우니까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가고 더 깊은 사고가 필요해지니 공부에 대한 욕구도 더 커졌습니다.
제 브랜드에 확고한 정체성과 전문성이 더해지지 않으면 더 이상의 확장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겁니다. 적당히 먹고 살기 위해 사업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저희 시대 평균 수명 120세 시대에 서른 둘에 런칭해 어설프게 쌓아놓은 브랜드로 80년 이상 먹고 살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TIP1!! 상담 공부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해야 할 것
직업을 선택하고 바꾸실 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이것을 간과하는 경우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저의 경우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첫번째는 임상에서 뛰는 심리치료사 일이었고, 두번째는 꽃집과 함께 운영했던 카페매장이었습니다. 시행착오의 원인은 '내가 잘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힘들어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일'을 애초에 분석하지 않고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직업흥미검사(STRONG)나 직무적성검사에 대해서도 알고 계실거예요. 흥미검사를 해 보시고 어떤 일이 나에게 맞을지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꼭꼭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로 예시를 들자면, 직업흥미검사결과 저는 연구분석과 글쓰기, 기업운영, 인적자원개발 등에 흥미가 있었고,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보다는 혼자 일하기를 선호했습니다. 흥미가 없는 분야는 판매나 요리가 있었고, 상담은 보통흥미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카페운영 당시 상품을 개발하는 일은 정말 좋아했고 밤새워 일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매장에 나서서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정말이지 스트레스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심리치료사로 근무할 때 혼자 논문을 찾아 분석하고 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은 신났지만, 막상 내담자를 만나 치료를 하면서 그다지 변화가 없는 결과를 매 번 전달하는 일은 죽도록 힘들었습니다. 심리치료를 통한 변화라는 것이 빨리빨리 일어나는 것이 아닌데, 저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연구개발 결과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어서 느리고 지난한 상담과정이 정말 힘들었던거죠. 내담자에게 빠른 아웃풋을 줄 수 없다는 죄책감도 저를 미치게 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시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도 자신이 학문적으로 공부를 파고들고 싶은 것인지, 사람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인지, 상담과정의 지난한 과정들을 무던히 지켜보실 수 있는 성향을 갖고 계신지 파악한 후 업무를 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떤 분은 굉장히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분인데 정적인 상담을 하시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시더군요. 심리학에도 다양한 직업군이 있으니 미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 STRONG 검사결과가 흥미로웠는데요. 적합한 직업분야로는 심리학자, 대학교수, 교육심리학자, 상담심리학자 등이 나왔고,"고려해 볼 수 있는 직업분야"로는 상담심리전문가, 사회사업가 등이 나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심리학을 좋아하지만 학자로 일하는 것이 가장 잘 맞고, 상담심리는 '정 안되면 고려는 해 봐라'라는 결과로 나온거죠.
기가 막힌 결과를 내 준겁니다. 통계가 참 무섭지요. 여러분도 심리학에 도전하시기 전에 STRONG검사 꼭 한 번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래서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통째 온라인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다 없앴습니다. 연구개발한 상품을 온라인에 올려놓고 키워드 분석, 매출 및 수익구조 분석만 하면 되는 업무이니 제 적성에 딱 맞고, 하루 4시간 근무로 수익은 전과 같으니 더할 나위 없는, 저에게 가장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한거죠.
12년 만에 심리학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그렇다고 무작정 대학원을 갈 수는 없었습니다. 기존 사업은 7-8년만에 많이 안정되고 확장되었고, 수익적으로도 놓을 수 없어 시골에 살면서 공부와 사업을 병행해야 했어요. 사업이라는 것을 한 번 해 본 이상 상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수익구조를 짜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남들과 똑같이 하는 심리상담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니, 제가 카페매장을 온라인화 한 것처럼 새로운 사업구조를 짜야했습니다.
★ TIP2!! 상담하는데 사업계획이라니, 안 어울린다구요?
사실 이 홍보 마케팅과 사업전략 부분이 심리상담사 시장에서 아주 허약한 부분입니다. 저희 부부는 창업 컨설팅 경험도 꽤 있는데, 사람들이 의외로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홍보마케팅이예요.
카페나 꽃집을 창업하시면서 '맛있으면', '실력있으면' 작은 매장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내가 아무리 잘하고 동네에서 인기 있어도, 사진찍고 컨텐츠를 만들어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글을 읽으시면서는 '당연한 걸 가지고 뭘 그렇게 얘기하지?' 하실 수 있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홍보 전략은 짜지 않고 매장에 앉아 유투브를 보시거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하소연 글만 쓰면서 손님을 기다립니다.
하물며 상담시장은 더 하지요.
기본적으로 심리상담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선하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며, 인생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시는 성향의 분들입니다.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데, 광고를 하는 것은 '장사를 하려고 드는 것'이라고 느끼며 죄의식을 느낍니다. 마치 종교처럼요.
석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사업계획이나 취업전략을 짜놓고 시작하시는 분들은 많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리상담은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닌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업을 해 보신 분들은 당연히 아시는 부분으로 내 노동의 결과 수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유지자체가 어렵고, 수익이 많이 날수록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재투자 및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을 더 낮은 비용으로,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되는거죠.
물론 최근에는 마케팅팀에서 일을 하시다가 심리학으로 우회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브랜딩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리학으로 상담심리사와 임상심리사의 길만 걸을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봅니다. 상담시장 자체도 레드오션이고, 진입장벽도 높습니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정신과나 상담실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를 어려워합니다. 이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필요한 때가 온거죠. 저는 이미 심리라는 이름을 단 플라워강의를 해 본 경험이 있고, (물론 그것이 치료나 상담은 아닙니다) 그렇게 가볍게 다가가는 것이 훨씬 더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기 쉽다는 것을 경험해보았어요. 12년을 돌아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남들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잡으면서 찾아뵙고 큰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10여년전 대학원 준비를 할 때 대학원 입시에 도움을 주신 선생님이셨는데, 당시 고려대 임상심리 박사과정 중이셨어요.
우리가 싸이월드 하던 시절에 벌써 컨텐츠도 만들고, 개인 강의도 하시고, 누다심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딩도 진행하시던 분이었죠. 박사과정중에 벌써 책을 쓰셨고, 누구도 하지 않던 방식을 앞서 나가 먼저 개척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아무나 책을 쓰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때만 해도 교수님이 아닌 이상 학문에 기반한 책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제가 지금 하려는 일의 선구자셨죠.
다음 포스팅에서는 상담시장 내 포지션 선택과정과 누다심 선생님을 만나 진로상담 받은 이야기를 해볼게요.
아래는 이전 포스팅에서 예고했던, 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비용에 관해 간략하게 참고자료를 정리해드립니다.
※ 심리상담사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제가 치료실을 나와 미국유학을 1년간 준비하고, 병원 인턴자리와 주립대 석사과정을 합격하고도 유학을 포기한 이유는 비용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비자문제로 인턴 월급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집 한 채 살 돈은 있어야 했거든요. 그만큼 심리학은 '돈 있어야' 할 수 있는 공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수퍼바이저 교수님조차도 유학준비 전 저를 따로 불러서 "공부할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느냐"고 먼저 물어보셨을 정도니까요.
물론 국내에서 심리상담사가 되는 과정의 비용은 이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비용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2급 기준
대학원 등록금 (사이버대학원 기준) : 5학기 1570만원
수련과정 비용 (슈퍼비전/집단상담/공개사례발표 및 참관) : 최소 220만원
상담/검사 워크샵 및 교육 분석 : 최소 100만원 ~ 360만원
아주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상담심리사 2급 기준으로 최소 2000만원 가량, 1급의 경우 2500만원 정도 든다고 보실 수 있어요. 교재비나 기타 부대비용 및 수련기간의 생활비 등은 추가하지 않은 것이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계산한 최소비용이구요. 실제로는 수퍼비전과 인턴과정을 더 많이 거치신다고 하고, 학회자격증을 따기 어려워서 기간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수퍼비전 등의 비용도 수퍼바이저나 기관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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