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FW Maison Margiela 패션쇼 분석

존 갈리아노와 기억의 파편들

by 로랑씨

존 갈리아노는 마르지엘라의 아카이브 속 기억의 파편을 찾아 떠난다. 빈티지가 되어버린 원단들은 그의 손에 의해 새롭게 해체되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주위에 스카프처럼 감겨 있는 원단, 해체된 코트, 어깨의 한 측면이 자연스럽게 내려간 자켓, 원단들의 믹스매치 그리고 각 파츠들의 색들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원단에 재봉된 라벨들은 이번 시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며 드레이핑 된 치마와 바지는 성관념을 해체한다.




#2020년 maison margiela 쇼 분석
그는 20FW 컬렉션을 통해 옷의 과잉생산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로 인해 옷이 대량 폐기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타내었다.
이번 쇼에서 첫 선을 보인 Recicla 라인에서 존 갈리아노는 Maison Margiela 하우스에 잠들어있 던 버려진 원단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다.

옷 위에는 지나온 역사가 느껴지는 오래된 마르지엘라 라벨을 달아 버려진 원단을 활용한 옷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수많은 원단들이 빠르게 쓰이고 버려지는 현실에 대한 의견 표출이 아녔을까 생각한다.
수많은 런웨이를 거치며 쌓여온 원단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한 착장에 각기 다른 소재의 원단들이 믹스매치되었는데, 거리감이 있을 법한 소재들조차 서로 완벽한 화합을 이루고 있다.


지난번 20ss 오뜨 꾸뛰르 쇼에서 보여주었던 광학 메쉬 소재의 긴 드레스, 채소 모양의 브로치, 3d 프린팅 그리고 화제가 되었던 Reebok의 펌프와 타비를 결합한 콜라보 운동화 또한 다시 한번 이 번 런웨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대체로 이번 시즌에는 큰 라펠의 코트가 많이 등장했다. 큰 라펠을 사용함으로써 과감한 느낌을 주었으며 사이드 별로 다른 색상의 원단들을 이용하여 컬러 레이어링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반바지 밑단에 있는 리본 디테일은 귀여움을 넘어 발칙하기까지 하다.


마르지엘라 옷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스티치이다. 이번 시즌에서도 제봉선이 드러나게 테 일러링된 옷들은 우리의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번 시즌 모두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으며 이슈로 떠오른 아이템은 역시 리복 퓨리와 타비의 콜라보레이션 운동화일 것이다.

제품의 심미성을 떠나 마르지엘라와 스포츠 브랜드의 만남 자체 가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최근 들어 패션 하우스와 스포츠 브랜드의 만남이 잦아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오프화이트와 나이키, 사카이와 나이키, 프라다와 아디다스, 디올과 에어조던, 크레이그 그린과 아디다스, 릭오웬스 와 몽클레어 등이 있겠다.)

리복퓨리와 타비의 콜라보레이션 또한 스트릿 패션의 인기가 꾸준한 패션 씬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새로운 퓨리타비는 기존 타비 부츠 모양에 펌프퓨리의 갑피를 혼합한 독특한 생김새인데, 이는 마르지엘라의 기존의 틀을 깨는 정체성과 잘 맞아떨어져 보인다.


이번 시즌 런웨이는 지난 2019 FW와 비교하여 상업적인 모습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크리에이티브 한 존 갈리아노의 감성이 더욱 담겨 있어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2000 ss Haute couture Chistian Dior


디올 시절 존 갈리아노의 디자인에 반했던 그의 초창기 팬들은 현재 마르지엘라에서 보여주는 그 의 상업적인 모습에 실망을 못내 하기도 한다.


웨어러블하지만 상업적인 옷들보다 비록 입지는 못해도 보는 것으로 모든 것이 충족되는 그의 창조적인 디자인이 우리가 그의 쇼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 업사이클링과 해체
업사이클링은 존 갈리아노의 해체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생각한다.

업사이클링이란 기존에 버려지 는 것들을 재사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 철학에서의 해체라는 개념 또한 우리가 알던 기존의 양식과 개념을 수정하여 새롭게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은 해체주의를 지향하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정체성과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버려지는 원단들
패션 트렌드는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발 빠르게 움직인다.

해마다 한 브랜드가 약 6번의 런웨이를 선보이고 각 시즌 런웨이마다 최소 3~40벌의 착장이 나온다는 것을 계산해본다면 매 년 약 200벌의 옷들이 한 브랜드의 패션쇼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디자이너와 디자인팀의 고생은 물론 이로 인해 무수히 많은 원단들이 사용되고 버려지게 된다.


(런웨이를 위한 옷은 브랜드 작업실에서 제작하고 남는 원단 및 옷들은 패션 브랜드의 아카이브 에 저장된다. 우리가 사 입는 기성복은 공장에서 제작되어 남는 옷들은 소각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폐기 처리된다.)


그들은 버려지는 원단들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까?

최근 패션 하우스들은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며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존 갈리아노 또한 이번 시즌 마르지엘라 어카이브 속 원단들을 통하여 패스트 패션에 문제점을 제 기하였고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였다.




# 내가 바라는 마르지엘라
마르지엘라는 항상 아름다웠다. 마틴 마르지엘라부터 존 갈리아노에 이르기까지 메종 마르지엘라의 모든 착장들은 전위적인 해체와 다양한 색감들 그리고 원단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서 비롯된 재해석을 통해 항상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다만 현재의 마르지엘라는 이전과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메종 마르지엘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미니멀리즘과 스티치 디테일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티와 스웻셔츠에 붙어 있는 스티치, 소위 밥풀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르지엘라의 상징일 것이다.

이런 디테일의 미니멀한 옷들도 좋지만 최근 들어 너무 상업적인 측면이 강해졌다고 느낀다.

예술이 아닌 돈이 되는 옷.


상업적인 옷을 통해 마르지엘라가 더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입혀지는 것 또한 팬으로서 행복한 일이지만 조금 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옷들을 통해 정체성을 잃지 않고 매 시즌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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