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키가 컸다.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었고
그리고 마음이 여리고 착한 아이다.
어느 날 재범이는
막대사탕 두 개를 가져왔다.
다른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난 뒤
내게 사탕 하나를 내밀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어요.”
작은 머핀도 하나 꺼내더니
굳이 나눠 먹자며 반으로 쪼갠다.
머핀이 너무 작아서 쪼개다 보니
빵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재범이는 “죄송해요” 하며
쪼그리고 앉아
빵가루를 하나하나 주워 담고 있었다.
우리는 사탕을 입에 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재범이가 문득 이런 말을 한다.
“저는 철이 들었어요.”
형제도 없이 혼자지만
친구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늘 양보를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항상 유쾌한 아이다.
그런데 피아노를 칠 때는 잘 운다.
혼자 연습하다가 잘 안 되면
코를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
울음을 참고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나는 금방 알아챈다.
그럴 때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른 아이들 레슨을 하고
내 할 일을 한다.
어떤 날은 모른 척하며
과자를 하나 입에 넣어주며 말한다.
“맛있지?”
그러다 보면
재범이는 혼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언제 울었냐는 듯
다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가온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재범아 왜 울어?” 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재범이는 더 서럽게 울었고
괜히 무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그저
기다려 주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재범이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일찍 철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자기만의 대처법이 있다고 했다.
“방에 들어가서 기도해요.”
부모님이 싸우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자신만의 대처법이 있다는 말이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가끔
자신의 아픔을
아픔인 줄도 모른 채
불쑥 내게 보여준다.
나도 내 아이를 아프게 키워 보았기에
아이들이 그렇게 보여줄 때면
내 마음도 함께 쓰려 온다.
그때의 내 아들이
이제야 아프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훌쩍 커버렸을
재범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