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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 진 Feb 23. 2016

풀밭 위의 점심 식사

파리의 심판과 전원의 합주로 부터 현대까지

지난 글에서 다음 번에는 르네 마그리트를 다루겠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마네의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이 되어 지난 학기 노트를 정리하고 책장 정리를 하다 보니, 수업시간에 다뤘던 마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에 먼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마네의 초기작인 <풀밭 위의 점심식사 Le Déjeuner sur l’herbe>는 아마도 거의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요. 밀레의 <이삭줍기>와 같이, 예전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차용되기도 했었고요, 배달 관련 앱의 광고에서도 사용되었지요. 이렇듯 지금은 매우 유명하고, 또 아름답다고 평가 받는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마네의 작품은 그 시절 프랑스 미술가들의 등용문이었던 살롱전에서 낙선하고, 이후 살롱전에서 낙선한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하는 낙선전에 전시되었습니다. 하지만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등 당시의 도덕 관념에 어긋나는많은 작품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이 전시회를 허락했던 나폴레옹3세도 이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아 낙선전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 이후 마네 주변에는 수많은 젊은 화가들을 모여 들었고 이렇게 인상주의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발단이 되었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같이 한 번 볼까요.


▲ 에두아르 마네, 풀밭 위의 점심식사 Le Déjeuner sur l’herbe, 1863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고들 하지요. 

19세기 중반의 많은 화가 지망생들 또한 명화를 모사하는 것부터 그림 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마네 역시 쿠튀르의 스튜디오에서 회화 수업을 받는 동시에 루브르 박물관 등에서 명화를 모사하는 연습을 하였지요. 그러나 그는 단순히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작품들 속의 형태(구도, 기법 등)와 주제를 자신의 작품 속에서 새롭게 재해석했습니다.

그 중 한 작품이 바로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입니다.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파리의 심판 Judgment of Paris,1515-1516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볼까요? 이 작품에서 풀밭 위의 점심식사의 모티브가된 부분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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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오른쪽 아래 세 명의 인물들(바다의 신)입니다. 



다시 마네의 그림을 보도록 하지요. 중앙의 세명의 인물과 앉아있는자세가 굉장히 유사합니다.

이렇게 마네는 전통적인 모티브로부터 그 당시의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대입하여 그렸는데요, 신이 아닌 실존 여성의 나체 그림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였지요. 더구나 이전에는 나체의 여성은 주로 여신의 모티브를 가지고 그려졌는데, 마네는 실존 여성의 누드를 그렸고, 그녀가 누구인지조차 알려졌으니, 보는 이들은 굉장히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그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았지요.


여기서 왼쪽의 남성은 마네의 처남, 오른쪽 남성은 마네의 남동생 혹은 암호화된 초상화로서의 마네 자신, 나체의 여성은 모델이자 마네의 애인이었고요, 뒤에 웅크린 여인은 아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위의 작품, 라이몬디의 <파리의 심판> 또한 복제품이라는 점인데요. 르네상스 시대 거장인 라파엘의 <파리의 심판>을 그대로 복제한 작품입니다. 라이몬디는 당시 굉장히 유명한 복제작가(?)로 르네상스 시대 독일의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업을 복제 판매하여 그로 인해 뒤러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말하자면 첫 번째 저작권 다툼이랄까요? 당시는 물론 이와 관련된 법률이 없었으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 조르조네, Fête champêtre 전원의 합주, 1510


두번째로 조르조네의  <전원의 합주> 또한 마네가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위해 차용한 작품 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구도라든가 인물들의 자세 등에서는 두 개의 작품에 큰 유사점이 보이지 않지만 내용적으로 두 작품 모두 신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정원에서의 피크닉 장면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하지요. 

당시에는 신을 묘사하거나 신화 속 이야기를 다룬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조르조네의 <전원의 합주>는 그냥 정원에서 합주하는 이들을 묘사하여 그린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피카소 부터 알랭 자케, 존 안드레아 등 이후 많은 작가들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가지고 새로이 해석하여 다양한 작업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렇게 작품 안에 담겨있는 미술사를 알아가며 그 연결 고리들을 알아가다 보면 작품이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마그리트와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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