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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브 Mar 17. 2021

왜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없을까

열정적으로 업무하는 직원 어디없나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라고. 내 거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일을 하겠어? 나는 매일매일이 어떻게 하면 회사가 판매를 늘릴 수 있을까, 잘 안되면 어떡할까 고민인데 너희들은 도대체가 그런 마인드가 없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대로 그저 천하태평이야. 안돼도 월급 꼬박꼬박 나오니까 그렇지? 잘해보겠다는 마음도 없고. 그러니까 회사가 발전이 없는 거야."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대표님의 레퍼토리다. 머슴처럼 대하면서 일은 주인처럼 하라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와서도 생각을 해보지만 도대체가 의문투성이다.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처럼 생각하라니. 유튜브를 본다.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서 강연을 한다. 그들은 말한다. 


"열정을 가지고 주인의식으로 일을 하세요. 그저 주어진 일들만 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서 일을 하세요. 시키는 대로만 하지 말고 왜?라는 물음을 가지고 일을 하세요. 그러면 일을 하는데 신이 나고 성과도 오를 것입니다."


아 역시나 내 부족한 믿음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마음을 다 잡고 나도 스스로 찾아서 능동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해보고자 자리에 앉는다. 어떻게 해야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까! 옆에 있던 직원이 말한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해.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나? 돈은 대표가 다 가져가는데."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을 선두로 하여 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복지와 업무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연봉, 복지, 비전 이 3가지면 충분할까? 자 이제 모든 전 세계 기업 대표들의 고민이 해결됐을까?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쉽게도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높은 초봉, 대기업 수준의 복지, 성장하고 있는 회사. 그렇지만 회사와 일체감을 느끼거나 열정에 불타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런가 물어보니 "권한이 없는데 의무만 있다"는 말이 돌아온다. 


회사를 알고 싶어도 정보가 제한되어 있다. 모든 정보는 부서별로 각 부서장에게 올라가고 그 결재는 대표에게 올라간다. 열람권한은 제한되어 있다. 다른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최고 결정권자만이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관리부서는 실무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전체를 꿰뚫고 일을 하라고 한다. 정보의 권한이 없다는 건 회사라는 코끼리를 다리만 만지고 유기적 관계를 알아내라는 말과 같다. 


또한 도전의 권한이 제한되어 있다. 내가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결국은 상위 결정권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면 그게 되겠어?라는 말을 설득할 입증 자료들을 준비해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겨우 설득해내서 내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실패하면 그때부턴 오로지 '내 몫'이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도전을 위해 실무자에게 권한을 최대한 이양하고 책임은 묻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으나, 일부에 불과하고 여전히 대부분 회사는 도전의 권한은 제한되어 있고 책임의 의무만이 주어져 있다.




권한에 더해 더하고 싶은 말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진 회사여야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단체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아무리 내가 생각해도 내가 내 돈 주고 안 살 제품인데 고객들에게 장점을 부각해 팔려고 하니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자신감이 없으니 능동적인 업무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실무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수동적으로 업무를 한다, 회사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업무 편의만을 따진다, 주인의식이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타사에서는 얼마나 열심히 판매를 위해 노력을 하는지도 역설했다. 우리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기업의 판매자가 물건 하나 팔려고 악을 쓰고 노력했다는 스토리를 말하며 너희들은 그런 열정이 없다고 했다.


혼이 날 때마다 더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전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내가 보는 시선과 시장의 판단은 다를 수 있으니 열심히 제품을 분석해 열심히 찾은 특장점을 알리고 마케팅을 했지만 그것마저도 한 순간이었다. 결국 회사에서 적어준 특장점들을 받아쓰기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상품에 대해 이건 너무 좋은데? 왜 사람들이 이걸 안 쓰지?라는 생각을 가진 제품이었다면 훨씬 능동적으로 업무 하지 않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답답해서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고자 방법을 찾아내고 상담을 해도 환불 요청을 해도 당당하게 붙잡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CEO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면 내가 회사를 생각하는 것만큼 회사를 생각하는 직원을 곁에 두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런 직원을 바라면서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은 줄이고 책임만을 씌워버리고, 할 수 없는 것들과 마음이 가지 않는 것들을 해내라고 떠밀기만 할 뿐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나서서 제품을 사게 만드는, 직원이 최초의 열성고객인 회사여야 업무도 열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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