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발생할 효용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하게 되는 일련의 행동들을 통칭하는 경제용어.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또? 그만둔다고?"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세상엔 너무나 신기한 것도 많고, 그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래서 그걸 진짜 실행하였고, 그만큼 잘 포기도 해왔다. 6개월 만에 경찰시험도 포기했고, 1년간 준비해 왔던 대학원도 놓아주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코딩학원을 단 1개월 만에 그만뒀다. 고정된 자리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주제에 끈기도 없는 딸내미를 보며, 엄마는 혈압약을 챙길 뿐이지만, 나는 포기하는 것이 싫지 않다.
"제 수능 사탐과목은요"
대학시절 굉장히 인기 많은 시간 강사분이 계셨다. 행정학을 가르치셨는데, 가장 수업 같은 수업을 하시는 분이라 과제가 까다로웠음에 불구하고, 항상 수업인원이 꽉 찼었다. 그때 수업 내용 중 하나가 매몰비용이었는데, 그 개념은 처음 접한 순간부터 남일 같지 않더니, 한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시절 가장 인기 있는 수능 선택 사탐과목은 사회문화였다. 고1 때부터 선생님들은 사회문화를 할 것을 종용(?)했고, 나도 자연스레 수능 선택과목으로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수능 과목이라 생각하니, 다른 과목과 다르게, 돈과 시간도 많이 쏟은 과목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고3 3월 모의고사 결과, 사회문화 3등급 윤리와 사상 1등급을 얻었다. 노력했던 사회문화보다, 재밌어서 선택한 윤리와 사상( 이하 윤사)이 더 잘 나온 것이다. 윤사는 사실 내신 공부를 할 때도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이긴 했다. 심지어 4번의 내신 시험에서 윤사만큼은 100점 외 점수를 맞아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 결과가 3월 모의고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 당시의 나는 수능에서 사탐과목이 하나만 필요했기에 윤리와 사상을 선택하는 것이 옳았던 것이었는데..... 사회문화를 해야 할 것 만 같았다. 표문제만 맞추면 1등급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기도 했고... 그냥 너무 아까웠다. 지금까지 투자한 노력과 돈이. 심지어 "너는 사탐 하나 밖에 필요 없으니 내 점수 뺏지 말고, 윤사 말고 다른 과목을 선택해"라는 친구의 말에, 옳거니 하며 윤사를 버리고 세계지리를 선택한 것을 보면 윤사가 답임을 알면서도 피하고 싶은 인지부조화의 결과였던 거 같다.
결국 수능에선 사회문화 3등급, 세계지리 3등급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물론 윤사를 선택했다 해서 1등급이 나왔을 거라 장담할 수 없고, 정작 대학 선택에 사탐과목이 필요하지않아, 막판엔 공부를 전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원인이 매몰비용의 오류였다는 걸 대학에서 깨닫게 된 나는, 무슨 일이든 투자를 얼마나 했든 간에 아닌 건 아니 거야 하며, 잘 포기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음을 위한 마침표"
물론 용기가 없어 핑계를 되나 싶고,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인데, 노력이라는 걸 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또 모든 결과가 꼭 좋아야 하는 게 아니며, 시간을 쏟은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행동들도 많았을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무조건 그만뒀기 때문에 '끈기 없는 놈'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그럼에도 살다 보니, 생각보다 답은 이미 나와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걸 외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는 경우도 많더라.
나는 많은 것을 시도해 왔기에, 그만큼 많은 포기도 해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쉽게 내린 결정은 없었다. 많이 고민도 하고, 물어도 보고, 밤도 새우고, 그러면서 내린 결정들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어찌 보이든 간에, 나에 이런 결정들은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침표일뿐 실패도 단순한 포기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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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의 오류[ Sunk Cost Fallacy ]
미래에 발생할 효용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하게 되는 일련의 행동들을 통칭하는 경제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