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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8. 2023
5쪽 <MBTI와 외계인>
지구인검사.
MBTI [ Myers-Briggs Type Indicator ]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네이버 지식백과](심리학용어사전, 2014. 4.)
"사탕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며칠 전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과거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임에도 그 당시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마음에 많이 남아있는 사건이었다. 간단히 사건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1. 사회선생님이 수행평가지를 걷어온 학생에게 사탕을 주겠다고 했다.
2. 선생님의 예쁨도 받고 사탕도 받고 싶었던 나는 내가 하겠다고 손을 들고, 사탕을 받았다.
3. 수행평가지를 걷고 있던 나를 옆자리 친구가 도와주었다.
4. 일이 끝나고 내 손엔 사탕이 있었고 나를 도와주었던 친구가 혼잣말하듯 이야기했다.
5. "나도 같이 했는데...."
이 사건에 대한 나의 사고의 회로는 이랬다.
사탕을 달라는 것인가? 근데 이건 내가 받은 정당한 대가인데.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도와달라 한 적도 없는데. 이 200원짜리 사탕이 뭐라고 이걸 달라고 하지? 근데 왠지 기분이 나쁘다. 먹고 싶으면 달라고 직접 말하면 되지. 말을 왜 저렇게 흘리지. 나보고 알아서 포기하는 건가? 아니 그깟 사탕이 뭐길래? 같이 일하고 혼자 대가를 받은 나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건가? 뭔지 몰라도 기분 너무 나쁘다. 달라고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주지 않을 거야.
이런 나의 사고의 회로를 듣던 친구들은 충격 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잉? 진짜 모르는 거야? 난 바로 알겠던데. 거기서 맹점은 사탕이 아니라, 아마 친구는 고맙다는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걸 거야"
두둥 탁. 나의 표정도 그들의 표정과 같아졌다.
"사탕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외계인"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에 대한 애정, 효율과 합리를 가장 따지고, 범죄학을 좋아하는 성향까지. 내가 사이코패스인가라는 생각도 가끔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이코패스 검진표를 하며, 내가 사이코패스는 아님을 확인했다. 지금은 나이를 먹고 어느 정도 사회화가 되었다지만, 어릴 때의 나의 사회화되지 못한 태도들은 친구들에게 많은 쓴소리를 유도했다. 친구들은 나에게 상처받았고, 내 태도는 사회적 시선에선 항상 틀린 것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는 몰랐지만, 눈치가 보였다. 늘 나만 이상했기에 내가 또 틀린 걸까 봐. 그래서 나는 상대에 따라 대화 방법을 바꿔가며 대화하기 시작했다. 누구랑 이야기할 땐 희망차게, 누구랑 이야기할 때 무조건 맞짱구치를 치며, 누구랑 이야기할 땐 시니컬한 방법으로. 그렇게 살다 보니 문득 외로워졌다. 진짜 나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걸까 싶어서. 나만 늘 이상한 걸까 싶어서. 사이코패스도 어째 거나 지구인인데(물론 부럽진 않지만)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계인구나 싶었다.
"우리를 알아갔던 시간"
이런 나를 처음으로 이 세상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한 순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코로나와 함께 유행했던 MBTI 검사였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학교의 모든 심리 관련 수업과 체험을 하고 다녔던 나였기에, MBTI 검사가 새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MBTI가 유행하게 되면서 소통의 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소통의 장에서 처음 나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났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은 나를 평범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세상에 틀린 사람도 외계인도 아니었다. MBTI 검사는 내가 이 지구에 구성원이라고 증명해 주는 검사였다.
MBTI로 사람을 단순히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성급한 일반화를 버리고 MBTI를 마주한다면, 나를 이해하고 너를 이해하는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알고 보니 나는 극 T였고,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은 F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