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DEX Mar 23. 2023

1쪽 <수관기피 현상과 버르장머리 없는 놈>

공존에 대한 감사인사.


수관기피

 일부 수종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현상으로, 각 나무들의 윗부분이 서로 닿지 않고 일정 공간을 남겨두어 나무 아래까지 충분히 햇볕을 받아 함께 자라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새 핸드폰 맞아?"

 살면서 처음으로 사전예약으로 핸드폰을 구매했다. 출시도 안된 그님이 언제 오나 매일 기다렸고, 받고 나선 한동안은 쳐다만 봐도 행복하게 하여, 자양강장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통장을 보니 속이 쓰린 게 자양강장제보단 기호식품인가 보다)

하지만 그님을 모욕하는 한마디가 있었으니....


(동생) "새 핸드폰 맞아? 전이랑 똑같은데?"


모욕해 줬다.

이유를 물었다.


(동생) "왜 맨날 그 구린 배경화면을 하는 건데? 너무 구려"


그님에 이어 그님의 배경화면까지, 모욕당한 순간이었다.

 솔직히 배경화면의 아름다움 따윈 관심 가져본 적 없다.

그저  배경화면은 나의 인생관이었을 뿐이다.


5년간 나의 배경화면을 책임진 수관기피

"도망 말고 공존"

 수관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만, 강력한 가설 중 하나는 식물 공동체가 햇빛을 골고루 이용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빽빽한 숲 속에서 가지가 겹치면 햇빛을 받을 수 없으니, 서로를 피하는 것이다. 살기위한 도망이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수관기피는 '나를 위한 도망'이 아닌, '함께 하기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지키는 공존'이었다. 그래서 나는 '도망'보다는 '공존'에 의미를 담아 수관기피를 핸드폰에 담았다.  


"고지식한 버르장머리 없는 놈"

사실 공존의 의미를 마음에 넣게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0년 좀됐나..

 어린 시절, 나는 식당, 미용실 등에서 인사 따윈 절대 하지 않는 소위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었다. 부모님의 가정교육이 잘못되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인사는 나에게 큰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 . 타인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지만, 정당하게 물건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면, 굳이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인들은 인사는 '관습'이자 '예의'라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운 이유들은 나에게는 그다지 설득력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남이 정한 관습과 예의 따위 내 알바야?'라며 반발심만 들었다. 남들은 인사하는 게 뭐 어렵다고 저럴까 싶었겠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한 것은 행동으로 옮길지 모르는 아주 고지식한 아이였다.

 하지만 이런 고지식한 아이의 변화는 찰나였다. 이제는 출처도 문구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의미만은 확실히 남은 한 문장을 만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서로의 노동의 의지할 수 밖에 없기에, 서로에게 존중을 표시해야 한다."(나는 여기서 말하는 존중의 표시가 '인사'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이해한 인사의 이유,

그래서 나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구성원에게 존중의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다른 이에게 이 문장을 말했을 때, 생각보다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나는 모두가 나처럼 기겁하며 감명받을 줄 알았다) 내가 다른 이의 인사이유를 공감하지 못했던 거처럼, 그들 또한 나의 인사이유를 공감하지 못하는 거겠지.(아마 그들의 이유는 애정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하지만 늘 나만의 세상에 살고 있던 나에게, 확장된 세상을 가져온, 그래서 그를 닮은 수관기피를  놓아줄  없다.



>> INDEX 사전 UPDATE 완료>>


수관기피

 일부 수종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현상으로, 각 나무들의 윗부분이 서로 닿지 않고 일정 공간을 남겨두어 나무 아래까지 충분히 햇볕을 받아 함께 자라는 것을 말한다.

  + <공존에 대한 감사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