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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DEX Mar 23. 2023

2쪽 <1인분과 명탐정 코난>

어떤 세계의 나라는 1인분, 나의 자리-역할


인분 (人分)

[의존명사] 그 정도 되는 사람들이 먹을 음식의 양을 재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

[네이버 어학사전]


"명탐정 코난을 꿈꾸는 아이"

 어린 시절, 나는 '명탐정 코난'에 미쳐있던 아이였다. 뭐가 그리 맘에 들었는지, 편성시간까지 꼼꼼히 체크해 가며 시청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나는 만화를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다. 만화 속 죽음이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만화 속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와 방법으로 죽어갔다. 그것을 보며 나는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죽는구나', '나도 저렇게 죽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겁이 났던 거 같다.

 그때부터 피하기보단 투쟁하는 아이였던 나는, 살인에 살아남기 위해, 살인범들을 직접 잡는 코난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엄마의 1인분 - 6개월짜리 경시생"

 코난을 꿈꾸던 나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관련학과를 진학하였다. 그 시절에 나는 더욱 커다래진 세상, 늘 흥분하게 하는(즐거워서) 전공공부, 그에 따라주는 좋은 결과까지 뭐 하나 순탄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그렇게 여느 동기들처럼 경시생의 길에 들어섰던 내가, 단 6개월 만에 경시생 신분은 때려치우기까지 말이다.

 우리 엄마에게 나란 1인분은 성격은 좀 (많이) 더럽지만 자랑하고 싶은 딸이었다. 알아서 잘 공부하고, 알아서 잘 진학해서, 알아서 잘 생활하는. 하지만 그런 딸이 갑자기 4년간 해왔던 학과 공부를 때려치우겠다니. 경찰준비 아니면 취업하기도 힘든 과에서, 고작 6개월 만에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들을 그만둔다는 것을 엄마는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엄마의 1인분이 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엄마의 세계와 달리, 그 세계엔 나라는 1인분이 없었기에.


"치안조무사"

 어느 날과 같이 공부하던 나는 잠시 쉬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별 의미 없이 네이버 메인창에 떠있던 경찰 관련 뉴스 보게 되었고, 내가 준비하던 시험을 그만두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 네이버 기사는 댓글기능이 있었다. 어떤 기사였는지는 기억은 안 나지만, 기사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댓글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치안조무사'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해당 단어는 여경을 조롱하는 단어였다. 보자마자 나는 너무나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다. 평소 같았으면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알바 야하고 내 길을 걸어갔을 텐데,,, 그날만큼은 진정되지 않았다. 가슴이 울렸고, 단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감정들은 결국 나를 난생처음 커뮤니티라는 곳으로 이끌었다. 물론 커뮤니티의 특성상 100%로 진실로 받아들이면 안 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그 어떠한 조롱도 피하지 못한 채, 커뮤니티 속 반응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정말 내가 그런 존재가 일까 봐. 1인분이 되지 못 되는 사람일까 봐.

 생각해 보면 학교를 다니면서 즐거웠던 만큼, 나 자신에 대한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도 있었다. 2학년 때 들었던 전공 무도수업은 여자들이 A를 받을 수 없는 수업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차별을 느꼈냐면 NO. 뼈저리게 차이만 느꼈다. 내가 봐도 그들이 더 잘했다. 아무리 그래도 차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 태권도 전공생이었던 후배가 A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결국 인정했다.  능력치가 부족했다는 것을. 범죄의 세계는 남녀를 가리는 세계가 아니었다.


"그러니 붙기만 해"

 한참 1인분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사람들이 그랬다.


"걱정하지 마. 어차피 험한데 안 가고 좀 더 편한 곳으로 가게 돼있어. 그러니 붙기만 해"


 원해서 가는 거랑 못해서 가는 게 어찌 같을 수가 있는가. '넌 1인분이 되지 못해'라는 말을 돌려서 이야기한다 생각했다.

  결국 1인분의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경찰의 1인분을 꿈꿀 수 없어 그만둬버렸다.


"코난으로 1인분"

 지금에 난 아직도 코난이 되길 희망한다. 다만 직접 범인 잡는 코난이 아니라, 범죄를 예방하는 코난을 꿈꾸고 있다. 경찰에 세계에선 1인분이 될 자신이 없어 그만뒀지만, 내가 1인분이 될 수 있는 세계를 향해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또 다른 코난으로 1인분으로써 서있을 세계 말이다.



>> INDEX 사전 UPDATE 완료>>


인분 (人分)

[의존명사] 그 정도 되는 사람들이 먹을 음식의 양을 재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

[네이버 어학사전]


  + <어떤 세계의 나라는 1인분, 나의 자리-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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