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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Jun 15. 2022

틀림없이 좋았을 순간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지 않은 행복한 순간들이..

이 순간, 이 감정이 영원히 지속됐으면 좋겠다 여기는 시간들이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이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가만히, 이 억지스럽고 억울하고 둔탁한 순간들을 잊기 위해 뭔가 좋았던 순간들얼 떠올리려 할 때면 쉽사리 기억나는 순간이 없다. 그래서 슬퍼..


초등학교 몇 학년인지 모를 그 때, 100미터 달리기에 1등 도장을 받고 의기 양양한 마음으로 운동장 한켠의 비닐 하우스로 들어가 엄마가 싸온 김밥과 양념통닭을 기분좋게 뜯어먹던 자리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자리에 아버지가 함께 있었나 하는 의문과 같이 찾아드는 외로움. 알 수 없는 슬픔과 원망 비슷한 감정. 


이제 이 여자가 아니면 앞으로 나는 사랑이란 걸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삶의 염증과 사랑의 권태를 동시에 느꼈던 후회로운 시간.


순간 순간들이 다시없을 행복한 한 때이나 들이닥칠 불행들에 겨워 미처 누리지 못했던 그 소중한 시간들이 틀림없이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차라리 멋 모르고 행복을 남발할 때가 좋았음을 느낀다. 

틀림없이 좋았을, 아직도 절절히 느껴지는 그 때의 행복한 순간들이 사무쳐서 지금을 더 외롭고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난 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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