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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Aug 21. 2020

멀티 페르소나, 진심을 찾아서

진짜란 게 뭘까?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이제 ‘나 자신’을 뜻하는 myself는 단수單數가 아니라 복수複數, 즉 myselves가 되어야 맞다.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트위터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 배우가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 persona’라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이 복수의 가면을 ‘멀티 페르소나’라고 부르고자 한다.


서울대 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꼽힌 것이 이 '멀티 페르소나'다.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맞는 가면을 쓴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인터넷 유행어로 '부캐(평소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의 캐릭터로 행동할 때)'마저 떠오르고 있다. 즉, 내가 보고 있는 아주 가까운 사람의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원론적인 질문을 하겠다. 우리는 도대체 왜 가면을 쓰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나의 모든 면을 사람들이 오롯이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것은 복잡다단한 상황이나 환경 때문에 생긴다.


결국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배신감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행여나 어설픈 자기 합리화 따위는 하지 말자.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는 자체가 안 좋은 행위니까.


그럼 이쯤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적으로 대답을 해볼까? 나 자신은 타인에게 나의 모든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지. 가족들이 당신의 모든 모습을 알고 있는가? 혹은 친구가 또는 애인이. 아마 아닐 것이다.


우리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은 속이는 슬픈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 나를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줄 수 없어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는 기괴한 세상 속에서 말이다. 만약 가면을 내려놓을 수 없다면 그 안에서 내가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뭘까?




최근에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살면서 대부분이 좀처럼 겪을 일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


그 경험을 통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사실과 진심은 다를 수 있다는 거.

가령, 직장상사의 재미없는 유머에 웃은 게 팩트일지라도 솔직히 진심은 웃기지 않을 때가 많고,

반대로 부모가 자식에게 쓴소리를 하지만 그 속에 애정이 있을 수 있다.


예시로 모든 상황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순 없지만,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우리가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란 결국 진심밖에 없다. 내가 너를 일정 부분 속였을지라도 내가 매 순간 너에게 진심이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용기를 내서 가면을 벗었을 때, 상대가 우리에 대해 긍정하지 못하는 것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가면을 왜 쓰고 있었는가? 가면 벗은 모습을 못 받아들일 거 같아서 쓰고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거기에 대해 불쾌해하는 상대의 감정마저 존중하자. 결코 실망하거나 미워하지 말자.


상대가 나의 모든 모습을 다 포용해줄 의무는 없다. 행여나 당신이 그것을 기대했을지라도.


결국 가장 용기 있는 것은 겹겹이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벗어던진 채 나체로 서있는 거다.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 나의 맨살에 날 선 말이 비수로 꽂혀 생채기가 나더라도 괜찮다.


그저 내가 진심이었다면 그게 최선인 거다. 또한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것마저 어쩔 수 없다.




최근에 뒤늦게 2018년에 반영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게 됐다. 오나라 배우가 연기한 극 중 정희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사랑을 대함에 있어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며, 무엇보다 오래 참을 줄 아는 사람이더라.


정희 테마곡 OST처럼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하며 백만송이 장미꽃을 기어코 피워내는 사람. 조금 상투적일 수 있는 이 노래를 왜 테마곡 OST로 채택했는지 드라마를 다 봤을 땐 이해가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TXvKCNYtp9Y&feature=youtu.be


극 중 동훈(이선균)이 "사람은 왜 그렇게 치사할까?"하고 묻자 극 중 정희(오나라)는 "사랑하지 않으니까 치사하지"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치사하지 않았으면 됐다. 그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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