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달토끼예요?' 대답을 하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실없는 농담을 조금 보태자면 세 번만 더 들으면 아마 천 번은 들은 질문일 겁니다.
드물지 않게 작가들이 필명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지은 작가로서의 제 이름인데요. 특색이 있는 건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지 그 의미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좋게 보면 개성이 있어 기억에 잘 남는다는 자체가 필명으로서는 꽤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글쎄요, 달토끼. 저의 필명이 달토끼인 이유가 물론 있긴 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달에 토끼가 산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리고 그건 일종의 전설입니다. 누군가에겐 믿고 싶은 이야기죠. 달에 사는 토끼. 달도 좋아하고 토끼도 좋아하는 저에게는 단순히 좋아하는 단어의 조합이기도 하고요. 물론 깊게 들어가면 다른 뜻도 있긴 합니다.
'달에 토끼가 산다.'
명제 자체가 상당히 환상적이고 낭만적이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1960년대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에 성공하게 되면서 이미 달에 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됐습니다. 그래도 과학적 사실과 상관없이 '달에 토끼가 산다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여전히 있게 마련입니다. 달에 사는 토끼는 비록 환상 속에 존재하지만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존재를 유지하죠.
그렇게 조금은 엉뚱하고 한편으론 감성적인 분들이 있어야 작가로서의 저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닮아서 달토끼라는 필명을 짓게 됐습니다. 저 또한 글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수일지라도- 있어야 작가의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낭만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하기에 시인이나 작가라는 직업도 세상엔 필요합니다.
쳇바퀴 같은 삶에서 귀갓길에 카드값, 공과금 걱정보다는 때론 달을 바라보며 좀 더 특별한 생각들을 했으면 하는 게 제 작은 바람입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소망 하나씩은 가질 수 있으니까요.
내일이 되면 또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오늘 밤에도 달은 여전히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