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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빛나 Dec 17. 2019

우미에게

 우미야,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생각이  다급해 일어서지 않는다. 우미야. 나는 요즘 여러 번 얼었다 녹았다 한다. 끊임없이 살아야지, 싶다가도 풀이 죽어 버린다. 그래서 내가 끈끈하지 못한가 보다. 끈덕지게 삶에 붙어 있지 못하나 보다. 햇빛도 야금야금  삼키고, 물도 꿀꺽  마셔야 하는데 그게   돼서 그런가 보다, 우미야. 녹는점과 어는점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말하고 싶지만 아는  없기에 치아에 혀를 가져다 댄다. 충치가 어디에 생겼을지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빨이 알고 보니 얼음 조각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이렇게 흐름이 있는  없는  산다. 개연성이 없게,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 같이 산다. 낙서가 되어 있고 쪽지가 끼워져 있고 끝이 접혀 있다. 발가락에 힘을 준다.  날개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은 생각을 생각은 생각을. 물고 물고. 서로를 먹는   잔인하다. 생각의 생태계다. 우미야나는정말자리에서일어서고싶은데  생각이 급해서 머릿속을 터벅거린다. 자기 전과 일어난 , 물을 마시는 것보다 먼저 너를 충전한다. 머리 한가운데 너를 동상처럼 세워 둔다. 우미야, 거기  있어.  생각나고,  보고 싶어 져야 . 나를 그립게 만들어.  자꾸 생각하게 하고, 너와의 내일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어라.  끈덕지게 만들어라. 그러나 우미는 걷는  좋아한다. 개발 중인 나의 영역을 자꾸만 들춰 본다. 거긴 아니야,  . 표지판을 내걸어도 우미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미의 고개는 걷는다. 발도 없이  걷는다. 다급한데 다급해야 하는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다급해서 다급한 만큼 다급한 말은  급하고. 너무 빨라. 빨라서 목젖에 잡히지를 않는다. 어떤  발라 둬야 하고픈 말이 철썩 걸릴지 고민을 한다. 우미.... 우미를 앞에 세워둬야겠다. 그러고 입을 크게 벌린 다음에. , 밝은 곳에서.  안은 어두우니까요. 그런데 미안하다 우미야  갑자기 너에게 흥미를 잃었다. 화장실에도 가고 싶지 않아 졌다.  모든  거짓말처럼 느껴지고, 나는 죽을 정도로 너에게 미안하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서도....  안의 너가 자꾸만 무너진다. 네가 상처가 되고 딱지가  위에 무겁게 앉았다 떨어져서. 네가 아예 사라지는  무섭다. 그런데 미안하다우미야나는너보다급한게생겼다.     .     .

 어제는 울었다. 속눈썹이 슬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 . 정말  그대로 . 단어 생김새 그대로 . . 힘들게 섭취한 에너지를 썼는데 실수가 나타났다. 에너지는  속에서 울겠네. 실수가 나타났더니 울음이  개나 생겨나네. 실수는 슬프겠다. 실수는 실수라서 슬프겠다. 그렇다면 위로를 해야 한다. 나는 울면서 괜찮다고 했다, 우미야. 아니. 우미가 아니다. 우미야 나는 너보다  울음이 급하다. ............느리고....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서 세면대에 손을 올리고 괜찮다, 괜찮다 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실수가 있어야 성공도 있는 법이지.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던 법칙들이 토끼처럼 뛰어온다. 앙증맞고 말도  . 우미야.

 문제가 된다. 이건 문제가 . 나는 재미가 없어서 너를 보지 못한다, 우미야. 사는  재미없는  아니라  안에 재미가 0%라서. 너는 웃는  좋아하는데 나랑 있으면  웃지를 못하니까. 우정이나 운명이나 인연이나, 그런 얘기만 하니까. 우미는 내가 너무 한국적이라고 했다. 물음표랑 손을 잡은 기분.  잡으면 아이가 생기지 않나요? 물음표와  사이의 아이는 점이다. . ( . ) 문제가 된다, 이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몇번이고 게워내서 한참을 바라보다 더듬는  너한테도 예의가 아니고 나에게도 예의가 아니고, "내가 너무 한국적이다"라는 문장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내가 너무 한국적이다.  오른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나는 머쓱해서  뒤쪽을 긁는다. 간지럽지도 않은 맨들한 피부를 긁어서 아프다. 나는 이제 너에게 흥미를 잃었다. 내가 갑자기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미야. 우미야, 우미야....

 좀처럼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해서 그렇다. 아무리 웃고 말을 깎고 사포로 갈고 정신으로 간을 쳐도 그럴싸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에게는 정말 다양한 문제가 있네. 가진  없는  아니네. 많은  가지고 있네.  옛날 서프라이즈 프로그램 같다. , 하는  아니라 ... 하게 되는. 실망이 만개하고. 나는 힘이 든다. 재미가 없어졌다. 잠을 자는 것도 재미가 없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재미가 없고, 술은 손가락 끝에도 대기 싫다. 노래를 듣기도 싫고 따뜻하기도 춥기도 싫다. 배부르기도 싫고, 배고프기도 싫다. 싫고 싫어서 잠깐 무의 영역으로 나갔다 오고 싶다. 생사를 담당하는 신에게 외출신청서를 내고 싶다. 죽기도 싫고 살기도 싫다. 그런데도 나는 살아야지. 우미야, 네가 위태롭게 나에게 존재하니까 나는  수밖에 없다. 너를 두고  수는 없다. 나만의 약속이다. 너는 모르는. 달의 뒷편 같은. 뻔하지만   없는 약속을 내가 가지고 있다. 궁금하면 연락 . 너는  편지를 보지 못하겠지만 연락처를 남긴다. 남긴다고  놓고 남기지 않는다. 우미야, 네가 약올랐으면 좋겠다.  머릿속의 우미가 실존하는 우미에게 우다다 달려가서 귓속말을 했으면 좋겠다. 나한테  들리게. 우미가 약이 단단히 올라서 나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다시 흥미가 생긴다. 네가 다급해진다. 특히 겨울의 네가. 정전기 때문에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끝까지 올린 머플러나. 톱니바퀴 같은 손톱이나.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다급하지 않다, 우미야. 나는, 중간중간, 이렇게, 호흡을 넣을 정도로, 침착하다. 약이 오르니? 근데말이야내가널처음봤을때부터해야겠다싶었던얘기가있는데 아니다. 약이 오르니?



 우미에게.

 어제는 비가 왔다. 눈이 온다면 좋을 텐데, 하고 담배를 태우다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정수리가 열리는 상상을 했다. 징그럽고 참혹해서 나를 탓했다. 며칠 전에는 발톱이 빠졌다. 엄지 발톱이 듬직하게 먼저 빠지고, 새끼 발톱은 두려움에 덜렁거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있다 너를   같다.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편지를 쓴다. 우리는 허튼 얘기를 많이 나눴으니까.  지냈으면 좋겠다. 사는 곳도 모르고 소속도 모르지만, 일단 편지를 쓴다. 마음은 배출되어야 녹슬지 않는다. 40 이상의 뜨거운 물을 마음에 자꾸 쏟아부어야 곰팡이가  생겨. 우미야, 너는 말을  다음에 계속 뜨거운 물로 마음을 세척하니? 나는 고온에 약해서 그러지 못한다. 기침을 너무 해서 얼굴이 새빨개져도 차가운 물을 마시고, 창문을 열어 놓고 산다. 너는  그랬듯이... 거짓말처럼  지내니까, 앞으로도 거짓말처럼  지냈으면 좋겠다. 믿을  없다는 표정으로 나는 너를 맹신하고 싶다. 엄지 손가락이 아파. 이제 더이상  쓰겠다. 우미야. 내가 좋아했던 우미야. 보잘것 없는 말들이 쓰레기통에 입주한다. 나는 한숨이 나온다. 읽어주는 사람이 없는 글은 슬프다, 우미야. 나는 한숨이 자꾸만 나와. 쓰레기통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러기에 나는 이제  봐야겠다, 우미야. 거짓말처럼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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