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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Jun 18. 2022

브로커: 내막에 대한 이야기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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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엔 타인이 감히 상상할  없는 내막이 있다. 성매매 여성, 살인, 브로커, 베이비박스. 사회적으로 매도 당하고 부정이라 여겨지는 설정은  영화의 핵심이다. 이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관객에게  설정들의 내막이 어떠한지 낱낱이 보여준다. 덕분에 나는 각각의 설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전체적으로 잔잔했지만, 시끄럽게 오고 가는 서로의 눈빛과 마음들이 있었고, 덩달아 머릿속도 시끄러워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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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많았다. 최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선에서 각 설정에 대해 몇 개만 짧게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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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살인

성을 사고파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살인도 잘못되었다. 불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로커>는 단순히 '잘못', '불법'이라고 정의하는 것 너머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과연 그것은 정말 부정이라고 단편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며 나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표면적으로, 단순하게 보면 성매매와 살인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그 안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내막을 알게 된다면 쉽사리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모두 가해이기도, 피해이기도 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에 대한 통념을 옹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납작하고 쉽게 무언가를 정의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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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아이들

작 중 그런 말이 나온다. 뱃속에 있는 아이를 버리는 것, 태어난 아이를 버리는 것 중 무엇이 더 잘못인지. 사실 이 부분에서 '잘못'에 하중이 실려 있는 것 같아 조금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졌었다. 잘못 그 이상의 주제로 확장해 논의한다면 좋지 않을까.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무엇이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인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내가 의견을 낼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모든 선택에 어쩔 수 없음이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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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가족 테두리

보육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내게는 정상가족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작중 강동원, 이지은, 송강호 그리고 두 아이가 모인 모습은 사회에서 정의하는 정상가족의 테두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보통 가족이라 함은 친모와 친부 아래 아이가 있는 형태를 떠올린다. 그래서 곧잘 한부모가정과 같이 다른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무튼, 나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작 중 그 어떤 사람들보다 가깝고 가족처럼 느껴졌다. 한국사회가 가족형태가 다양한 사회였다면, 다함께 생활하는 가족으로서 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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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 

관람차에서 소영, 동수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동수는 자신을 버린 친모에 대한 배덕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아닌 소영의 모습을 보며 친모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를 가진다. 소영은 자신의 아이인  우성이를 키울지 말지 계속해서 갈등한다. 키운다면 자신처럼 자랄까 걱정이 되고, 버린다면 그 또한 우성과 자신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이 되어 양가감정을 가진다. 이 모습을 보고 동수는 자신의 친모 또한 이러한 복잡한 감정의 파동을 거쳐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친모를 이해하게 된다. 이 장면이 나는 매우 인상 깊었다. 서로를 통해 배우고, 이해하는 장면은 정말 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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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상 깊은 영화를 봤다. 이해하지 못한 장면도 있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몇 있었다. 차라리 이해하고 싶지 않고, 재미없다고 치부하고 싶다는 투정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인상 깊게 읽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의 삶에 좋은 양분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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