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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Jul 12. 2022

한때 도토리, 지금도 도토리

글쓰기 모임 과제2:

  


   한때 나는 도토리였다. 도토리는 작고  태어나  부서질  같은 모양새다. 글쓰기 수업의 주제를 두고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본다. 나도 도토리처럼  작고 귀여울 때가 있었지. 방금의 문장을 쓰다가, 가만, 도토리를  ‘ 태어난’, ‘새끼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지? 그런 의문이 들었다. 구글을 켜고 도토리를 입력했다. 도토리는 떡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 종류의 열매라고 한다. 출처를 살피려 스크롤을 내린다. 위키백과  글자를 보자 불신이 피어오른다. 네이버를 켜고 다시 도토리를 입력한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누르자 보관 온도와 손질 방법이 나온다. 특히 도토리묵을 해 먹으면 맛있다는 팁이 나온다. 이번에는 검색창에 ‘도토리 새끼라고 입력한다. 어감이 조금 이상하다.  검색창에다 대고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나는  도토리를 보고 ‘ 태어난’, ‘새끼 이미지를 떠올렸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단지 이미지 때문인  같다.


   도토리는 겉이 단단하고 껍질이 매끄러운 하나의 열매다. 열매는 식물이 수정한 후에 생기는 결실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도토리는 마냥 어리고 귀여운 아이보다는 성숙하고 알이   성인에 가깝다.


   이제는 도토리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구글에 검색해 이미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여전히 한입 크기에 다람쥐들의 주식이라 마냥 귀여워 보이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딴딴한 하나의 성체처럼 보인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도토리 취급을 받을 때가 있었다. 고등학생 , 나는 청소년 운동에 몰두해 있었다. 18 선거권을 외치며 거리 캠페인을 나가곤 했었다. 청소년이 미숙한 것은 단지 편견에 불과하므로, 18세에게도 선거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운동의 취지였다. 판넬을  팔에 두고 구호를 외치는 나를 보고 정수리가 민둥민둥한 어른들이 지나가며 “고놈  당돌하고 귀엽다.” 지나갔다.  소리를 들은 나는 뿌듯해지기보단 약이 바짝 올랐다. 분명  어른들보다 내가  똑똑하고    같은데! 그런 생각은 감히  밖으로 내지 못하고 꿀꺽 삼켜야 했다. 그때 어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초록 조끼를 입은 앳된 도토리 같았을 것이다. 아무리 크게, 날카롭게 외쳐도 그저 어리고   모르는 도토리.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는, 딴딴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성숙한 도토리였다. 지금도 물론 나만의 세계를 가진 도토리다. 그래서 나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다. ‘한때 나는 도토리였다. 그리고 지금도 도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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