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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Aug 24. 2022

나는 언제까지 싸워야 할까

수많은 감정들과 맞서는 날들


나는 언제까지  감정들과 싸워야 할까. 낯선 사람을 보려  때면 불안하고, 내가 적절한 도움을 어떻게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걱정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며 만나 달라는 임용고시 준비생에게 마음이 버거워 만나지 못하겠다는  댓글을 쓰면서 죄책감에 휩싸인다.


감정은 모두 이유가 있고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렇게 염려와 걱정과 불안에 휩싸일 때는 내 감정을 지우개로 박박 지워버리고 싶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다. 원초적인 불안의 감정들을 느끼지 않는다면 나는 나를 설득할 일도, 감정과 싸울 일도 없을 테니까.


내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을 나는 가만히 놔두지 못한다. 그래, 네 생각 거기 있구나. 나는 지금 불안해하는구나. 이렇게 하지 못하고, 아니야, 그건 얼마 안 있어 지나갈 것이야, 나중에 보면 기억도 못 해,라고 지속적으로 반박한다. 하지만 반박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걱정'들은 여전히 머릿속에 잔재한다. 마구 흩어져 잡히지 않을 것처럼 아득하다.


여기까지 생각의 흐름이 진행된 후, 나는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젠 지쳤어. 통제할 수 없어. 힘들어. 그 누구도 아닌 나를 달래고 설득하는 일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가 떨어진다. 내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것도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돌아보고, 상담을 받고, 마음을 표출하고 정돈해도 불안과 걱정, 우울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약을 먹게 되었다.


약을 먹는다는 것은 양날의 검 같은 확실한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은 내가 나를 '적극적으로' 돌본다는 것을 약을 먹을 때마다 확인한다는 점에서 자기애를 북돋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단점은 약이 아니면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내가 상담이든 성찰이든 어떤 수를 써봐도 나를 자정 하는 데에 실패했고, 결국 약이 아니면 나를 통제하고 조절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도출되는 무력감.


위의 글들을 쓰니 문득 나의 이런 불안들은 모두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전 참가한 집단상담에서 집단 리더는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씀하셨었다. 당시에는 당연한 이야기라며 넘겼지만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나는 관계를 좋아하고, 또 염려한다. 그리고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할까 봐, 관계에 해가 될까 봐 걱정한다. 이 마음들은 어디서부터 생겨나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젠 궁금해하기도 싫다. 생각하기도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궁금한 것이 있긴 하다. 그건 바로 내가 나와 싸움을 그만둘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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