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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Dec 05. 2022

지금-여기의 상태에 대해

상담에서는 지금-여기(here and now)라는 말을 강조한다. 이는 현재 내담자에게 진행되는 경험을 강조하는 말이다. 내담자가 과거에 가졌던 중요한 일들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현재로 가져와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백과)


나는 이를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내 삶으로 가져오진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가끔씩, 문득, 지금 여기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체감할 기회가 생긴다.


요즘 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초조한 느낌을 갖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유를 파고들다가, 미래의 일들을 잔뜩 걱정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 ‘일’들이라는 것은 대개 나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것을 걱정하는 것들이다. 장래에 일어날 일들은 부정적일 것이고, 부정적인 이유는 나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거나 비난할 것 같아서.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일들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걱정을 지속한다. 불안해한다. 초조해한다.


내가 이렇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 내가 ’지금‘ 이런 상태라는 것을 통찰하면 신기하게도 불안과 초조함이 반절로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내가 힘든 이유를 모르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것이 “지금-여기에서 알아차리는“ 과정이 아닐까? 장래에 일어날 일들, 나에게 쏟아질 힘듦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은 지금-여기가 아니라 미래로의 시간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걷고 있어도 낙엽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나는 존재하지만 거기 없는 상태다.


마찬가지로 과거를 후회하는 것도 지금-여기를 벗어난 상태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어떤 장면에 머무르며 뒤바뀔 수 없는 과거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안타까움 이상으로 그 장면을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나는 존재하지만 그곳에 없는 상태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과거와 미래를 종횡하는 나에게 있어서 지금-여기란 내가 현재 느끼고 있는 것들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면가족체계치료에서 상담 선생님께서 말해주셨던 것처럼, 건강한 내가 현재의 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보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지금여기의 내가 되는 방법은 이것이 가장 효용성 있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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