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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Jan 23. 2019

가난에 대한 가장 고통의 기억

이불 속에 뭉뚱그린 작은 몸

 가난한 어릴적,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뭘 해도 고통스럽구나. 엄마는 부러진 국자에 나무젓가락을 네 개 뭉치고, 노란 테이프로 칭칭 감은 채 사용한다. 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이렇게 살아야 하나. 늘 그런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쳤었다. 가끔 그것들은 치밀어 올라서, 모든 것을 부수고 싶은 충동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만 이런가. 나의 문제인가.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은 계속해서 날 괴롭혔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걷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이든 나에게는 너무나 광활해져 버렸고, 정처 없는 길만 하염없이 걷는단 느낌.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너무도 확실하고 선명해져버린 그 말만 몸을 감싸 오기도 했다.


 현실성 없던 것들이 감각적으로 다가오고, 반대로 분명하던 것이 흐릿해진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택할까.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되는데 왜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지독한 가난, 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날 옥죈다.


 모든 것이 소용이 있을까. 모든 건 의미가 있나. 새벽같이 일어나 수영하러 버스를 타는 것도, 행여나 놓칠세라 귀담아 듣는 수업도 모두 의미가 있는가.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봤자 내일 아침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것을 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것도 아닌 듯, 내 곁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이런 감정들이, 사무치듯 밀려오는 많은 것들이 적잖은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어찌 되었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무뎌질 것들을 애써 느낀다는 생각. 가득한 감정에 굳이 몸을 내맡기지 않아도 될 텐데, 굳이 붙잡아 흐느낀다는 생각. 나는 중심을 잡기가 너무 어렵다.

 모두들 어렵게 살지 말라고 한다. 나는 너무 어렵다. 어렵고 고통스럽다. 괴롭다. 다들 그렇지 않은 걸까?


 부럽다. 나는 제일 작다.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이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알지만 돌이킬 수가 없다.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생각들을 나는 가만히 느낀다. 그것밖에 할 수가 없어서.나는 무엇일까. 가난은 한 인간의 정체성까지 위협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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