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와 새로운 자리 사이에서
결혼식은 예상치 못한 감정을 끌어올렸다. 늘 어리게만 보였던 동생이 어느새 가족의 중심을 넘어, 한 가족의 공동 가장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나는 그날의 장면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 촬영을 준비하던 동생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웃는 얼굴은 조금 경직되어 있었지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요구되는 역할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그런 역할을 종종 피해왔지만, 동생은 그 역할을 피하지 않았다. 어떻게 모범적인 첫째가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스스로 책임감을 익혀왔을까? 어쩌면 나를 반면교사 삼아 더 바르게 자라기 위해 애써온 건지도 모르겠다.
동생은 가족의 중심에 있었다. 주말마다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쇼핑을 다니던 일상들이 그를 증명한다. 반면 나는 그런 책임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결혼식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옆에 있을까, 아빠 옆에 있을까, 삼촌 옆에 있을까.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라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렀다. 나는 왜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걸까. 동생처럼 나도 언젠가 결혼식을 올려, 사람들이 "이제 다 컸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동생의 결혼은 단지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추가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사건이었다. 많은 하객들 사이에서 한 팀처럼 움직이는 가족의 모습이 새삼 좋았다. 그날, 부모님은 정말 멋있었다. 진정한 어른으로 보였다. 이런 기회를 동생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어떤 기회를 가족에게 주지 못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결혼이라는 커다란 이벤트를 만들어 가족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동생이 해낸 것처럼, 나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동생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는 아빠에게 운전을 배우고 엄마에게 요리를 배울 것이다. 내가 맡을 수 있는 작은 역할이라도 찾아보려 한다.
결혼식은 단순히 동생의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족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 사건이었다. 동생은 어른스러움을 통해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내가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작은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 결국 가족이란 각자의 역할을 통해 서로를 채우며 완성되는 공동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