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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Jul 26. 2021

장자(莊子)- 20편 산목(山木)

처세의 일반정석

장자 20편의 제목은 산목(山木)이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이 산에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근데 산에 있는 나무가 어떻다는 건가?

산목편에서는 4편 인간세(人間世)의 내용이 많이 떠오른다.

인간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인간 사회에서 육신과 정신을 온전히 보전하고 천수를 누리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4,5,6,9장에서는 쓸모 있는 나무와 쓸모없는 나무의 예를 들면서 재목은 그 쓸모로 인하여 베어지는데 비하여 재목이 되지 못하는 나무는 그 쓸모없음으로 인하여 천수를 누리는 역설적인 상황에 빗대어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 요즘 말로 좀 잘났다고 나대다가 목이 날아간 수많은 잘난 이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위아(爲我)의 사상이라고 일컫는 양주의 사상은 확실히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반면 장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어쩌면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어느 정도 개인의 처세를 위해 충분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는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에 엄청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그럼 장자 20편 산목의 내용을 조금 살펴보자.            


물론 산목편이 그저 인간세와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목편 2장에서는 인간세와 다르게 직접적으로 욕망의 내려놓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시남사료가 노나라 임금을 만났는데, 노나라 임금의 안색에 근심이 가득하여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선왕의 도를 배웠고, 선군이 남겨준 업무를 익혔소. 나는 또 귀신을 공경하고 현자를 존중하는 일을 직접 실천하면서 잠시도 그친 적이 없소. 그런데도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소이다. 그래서 근심스러워하고 있는 것이오." 그러자 시남사료는 살찐 여우와 무늬가 아름다운 표범이 자연 속에서 조용히 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자연의 법칙 속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가죽으로 인하여 죽임을 당하게 됨을 역설하며 노나라 임금에게 그 가죽과도 같은 부귀를 벗겨내 마음을 씻어 욕망을 없애버리고 들판에서 유유자적 하기를 권하는 내용은 인간세에서 인간들끼리만 아웅다웅 다투는 인위의 직접적인 대상인 욕망을 버릴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처음에 언급한 대로 재목(材木)이라 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잘난 사람이 어떻게 삶을 그르치는지에 대하여 장자가 논한 그 메커니즘에 대해 소개해 보겠다.

위와 같은 내용은 4장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언급되는데 공자(孔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되어 7일 동안 익힌 음식을 먹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공자를 위로하고자 대공임이 찾아왔다.

대공임은 지금 여기서 공자가 죽을 운명일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공자는 자신도 그것을 인정하지만 죽기는 싫다고 말한다. 그러자 대공임은 왜 공자가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었는지 대놓고 이야기하는데 요즘 말로 하면 공자에게 팩폭을 날리는 그 대목을 살펴보자.


옛날에 저는 위대한 분한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업적이 없고, 업적을 이룬 사람은 무너지고, 명성을 이룬 사람은 허물어진다.' 누가 업적과 명성을 멀리하고 그것을 뭇사람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요? 그러한 사람은 비록 자신의 도가 온 세상에 펴져있어도 그것을 자기 공이라고 밝히지 않고, 자신의 덕행이 모든 곳에 작용하더라도 그 명성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순박하고 평범하여 마치 이무 생각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권세를 던져버리며, 업적이나 명예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고, 사람들 또한 그에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인(至人)은 이름이 나지 않는데, 선생은 왜 명성을 좋아하는 겁니까?

장자 20편 산목 4장 中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공감을 하며 그길로 친구들과 제자들을 멀리하고 늪 가로 들어가 가죽옷과 갈포 옷을 입고 도토리와 밤을 먹고 사니 새나 짐승들조차 싫어하지 않는데, 사람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 텍스트 역시 인간의 욕망과 내려놓음에 대하여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산목편의 주된 교훈은 쓸모없는 나무가 천수를 누리는 것에 대하여는 능력이 모자람에 한탄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삶을 즐길 것을 권하며 능력이 있는 자는 재목이 그 쓸모 있음으로 인하여 잘려나감을 유의하여 그 능력을 없는 듯 감추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 뭇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로부터 자신을 보존을 할 것을 권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다시 종합하면 장자는 다사다난한 사람들의 세상에서 우리 모두에게 마음 편하게 사는 처세의 일반 정석을 가르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즐겁게 살면 그만이고 잘난 사람은 잘났다고 나대지 말며 그저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소요유(逍遙遊) 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이 세상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세상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고 생각하기엔 우리 자신이 너무나 안타까워 보인다.

장자말대로 좀 못났으면 있는 그대로 잘났으면 좀 수그리고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 놓지 않고 즐겁게 노닐 듯이 살다 가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장자 20편 산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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