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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Aug 03. 2021

 장자- 32편 열어구(列御寇)

용 때려잡는 기술을 연마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장자 32편의 제목은 열어구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도가(道家)의 선구자 격인 열자의 이름이 열어구입니다.

이번 장의 제목과 달리 열자에 대한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닌 거 같고 그저 첫 번째 장에서 열어구와 백혼무인의 대화로 시작되기에 열어구인거 같습니다.

그 외 장자와 공자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등 특별히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논하는 장은 아닙니다.

그중 네 번째 장에서 짧지만 아주 강렬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평만은 지리익으로부터 용을 때려잡는 방법을 배웠다.

천금이나 되는 재산을 몽땅 다 쏟아부어 3년이 되어서야

기술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 재주를 쓸데가 없었다.


장자 32편 열어구 4장


주평만이라는 사람이 지리익으로부터 모든 재산을 다 바쳐 그것도 3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어 용을 때려잡는 기술을 마스터했다고 합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기술입니다.

전설의 용을 그냥 잡는 것도 아니고 때려잡을 수 있는 기술.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얀 도포에 대나무 갓을 쓰고 큰 지팡이 들고 다니며 용을 때려잡는 기술을 운운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듯합니다. 하지만 때려잡을 용은 어디에 있나요?

장자의 말대로 그 재주는 쓸데가 없는 요즘 말대로 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위해 천금과 3년이라는 시간을 바친 주평만이라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조금은 덜떨어진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유치원생이라도 배를 부여잡고 웃으며 인정할 사실입니다.

애들 같은 용이라면 때려잡을 만큼 만만한가? 근데 애들을 때려잡으려면 어디를 가야 하지?

하지만 이렇게 짧고 간단한 이야기를 장자와 그 외 많은 제자들은 누누이 이야기하며 강조하였을까요?

누가 봐도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우리는 늘 옆에 끼고 살듯 하며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번 짧게 주어지는 인생 진정으로 삶을 누리며 즐겁게 살고 있는지 아니면 용 때려잡는 기술 연마에 모든 것을 바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각성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그 누구의 삶보다 대단하며 고귀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끔 꾸미며 사는 것이 있지도 않은 용을 때려잡는 것을 연마하고 있는 현대의 주평만이 아닐까요?


아니면 진정으로 원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우러러보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다는 생각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전문직을 위해 온 삶의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우리 젊은이 들의 모습이 장자가 비웃던 주평만이 아닐까요?


한 번쯤 지금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되돌아봤을 때 왜 그때 용을 때려잡을 기술에 모든 것을 다 바쳐 허비했는지 지금의 깨어있는 정신으로 먼저 각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장자 잡편 32편 열어구 4장 용을 때려잡는 기술을 연마한 주평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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