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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Oct 14. 2021

티벳 사자(死者)의 서(書)

사후세계에서는 무한한 흰 빛을 기억하세요.


'티벳 사자의 서' 나름 유명한 책이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단번에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책의 표지에는 사자와 서를 한문으로 표기하고 있다.

사자(死者): 죽은 이

서(書): 글 서

직역하면 티베트의 죽은 사람의 글(?) 정도이지만 의역하자면 '티베트에서 전해내려오는 죽은 자를 위한 글 ' 정도로 표현한다면 누구든지 쉽게 책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의 경우 삶이 단 한 번 주어지는 일회성 짙은 무언가가 아닌 다시금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는 윤회의 굴레 쓴 고통의 산물이라고 하기에 죽은 자를 위한 글이라 하면 사후세계에서 잘 운신하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극락왕생을 바라는 글임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티베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불교문화 일 것이다.

7세기경 인도 왕실과의 혼인으로 전파된 이후 티베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교 승려들과 히말라야의 광활한 자연일 것이다.

그런 지역적 폐쇄성에 기인한 것인지 티베트 불교는 우리가 알고 믿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대승불교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불교전통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특히 밀교적 성향이 짙은 각 종파 간의 전통은 우리에게 신비로운 무언가로 무장하여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포탈라궁 티베트 라싸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궁전이었으나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후 주인 없는 궁전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그런 기대를 완전히 부합하는 신비로운 사후세계에 대하여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어떤 한 종교의 신으로의 구원을 신앙하는 자는 물론이고 불교를 신앙하거나 윤회에 대하여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자라도 그 구체적인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로 인하여 또는 티베트의 전승되어온 죽은 자를 위한 탄트라에 대한 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상당히 거부감 있게 책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 이 '티벳 사자의 서'이다.

또한 단순히 윤회와 해탈의 기초적인 불교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교철학의 심오한 내용에 대한 이해나 사후세계 모습의 가장 영향을 미치는 업(業)을 무의식의 발현으로 보는 시각 등 해서 사실 많은 사전 전문지식에 대한 이해 없이는 감히 읽을 엄두가 안 나기에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다가 많은 혼란만을 가지게 된 채로 책을 접는 독자가 대다수일 것 같다는 나름의 생각을 해본다. 사실 책이 520페이지 정도인데 해제라고 할 수 있는 해설 부분과 주석이 책 내용의 25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책을 다 읽고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 싶으면 불교철학과 무의식의 정신학에 대하여 기본 이상의 전문지식을 가지게 되는 계기도 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바이다.

'티벳 사자의 서' 영어 번역자인 라마 카지 다와삼둡과 편집자 에반스 웬츠

책은 약 1,200여 년 전 인도 출신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추앙받는 파드마삼바바의해 티베트 언어로 번역된 경전들 중 하나인 티베트 최고의 경전 '바르도 퇴돌'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가르침'을 1927년 옥스퍼드 대학의 지원을 받아 티베트 출신의  승려이자 언어학자인 라마 카지 다와삼둡이 번역하고 에반스 웬츠가 편집을 한 것이다.

여기서 미스터리한 설(說)이 있는데 파드마삼바바는 모두 100권의 책을 번역하여 히말라야 곳곳의 동굴에 그 100권의 책을 숨겨났는데 티베트어로 '보물을 찾아내는 자'라는 뜻의 테르퇸들이 윤회를 거듭하며 지난 1,200년 동안 찾아낸 책이 65권이며 아직도 35권의 책은 다음 생의 테르퇸(이들은 전생을 기억하기에 책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다고 한다)들이 계속해서 찾아낼 예정이라고 한다.

바로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나온 것이 그 유명한 마블 시리즈 중에 '닥터 스트레인지'라고 하는데 모 믿거나 말거나 인 말 그대로 카더라 하는 설(說)인 것이다.


책은 우리가 죽고 나서 사후세계에 머무는 49일간의 경험하게 되는 일과 거기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법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서두에 원래 책 제목이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가르침'이라고 했듯이 평소 불교신앙을 했던 아니던 책의 내용대로 따르기만 해도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에 기존의 유일신 사상에 고정관념이 있는 우리에게 다소 무리한 이야기인 듯 하나 불교 경전 중 하나인 '지장경'에서는 이보다 더 나아가 이 가르침을 받지 않고 오히려 부처의 가르침에 대해 욕을 한 사람도 자식의 지극한 부처 공양을 통해 지옥에서 극락으로 환생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기에 불교 경전을 어느 정도 읽은 사람이라면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사실 부처님을 믿는다기보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괴로운 삶의 반복인 윤회를 끊고 열반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기에 사실 종교라기보다는 철학적 개인 수양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불교의 본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불교 경전에는 부처를 믿고 안 믿는 차원의 권선징악적 사후세계가 아닌 개인의 수양의 차이와 자신의 전(全) 삶에서 오는 업(業)에 의한 다음 생이 존재하지 유대교에서 파생한 기독교나 이슬람교처럼 신에 대한 신앙의 차원으로 내세(來世)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히말라야에서 전해지는 '티벳 사자의 서'의 원본 격인 '바르도 퇴돌' 


책의 구성은 그 내용의 특이함과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하여 해설이나 주석 부분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엄청난 인내심 테스트를 이겨내야(?) 비로소 '바르도 퇴돌' 즉 '티벳 사자의 서'에 입장을 허락받는다.


우리가 죽은 직후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종의 기절 상태가 길게는 3일 정도 유지된다고 한다.

이때는 사자가 죽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으로 이 상태를 가리켜 치카이 바르도라고 한다.

생전에 많은 참선수행으로 단련된 사람은 단 번에 치카이 바르도에서 깨어나 바로 열반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사자가 어느 정도 정신을 추스르고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여러 가지 환영에 시달리며 스스로 업에 의하여 심판을 받게 되는 상태를 초에니 바르도라고 한다.

치카이 바르도와 초에니 바르도 상태에서 열반에 이르지 못하고 그저 욕망대로 육도(六道)의 세계로 윤회를 하게 되는 시기인 시드파 바르도와 그렇게 환생을 선택하여 인간세계로 윤회하게 된 중생이 가게 되는 자궁으로의 여로(旅路)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내용이 워낙 불교교리적 세계관으로 풀어져 있기에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무리가 있어 간략하게 결론을 이야기하고 끝내자면 이렇다.


사후세계에서는 우리의 오온(五蘊)으로 인식되는 인간계의 현상들이 이미 나의 무의식의 기저를 이루었기에 그 무의식이 발현한 마야(환영)의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환영의 공포에 휩싸여 자신의 무의식이 지향하는 곳으로 가서 윤회를 하기에 니체가 이야기했던 영원회귀(永遠回歸)의 굴레에서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책은 49일간의 사후세계 내내 그 환영의 공포를 이겨내고 나를 향해 무한히 밝은 빛을 내뿜는 곳으로 향하여 가 열반이라는 윤회의 피안에 이르기를 가르친다.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일 수도 없으나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고 육체도 없는 공(公)의 상태에서 정신만이 인식하는 환영의 세계에서 무언가 보이고 잡을 수 있는 것을 취하지 아무것도 없는 빛을 향해 나아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참선을 통해 무아의 경지에서 자신을 놓는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용이 너무도 이질적이고 사후세계만을 이야기하기에 쉽게 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종교적, 정신 분석학적, 철학적 자기계발을 꾀하고자 한다면 큰 가치를 가진 책이기에 추천하는 서평을 이렇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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