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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Sep 14. 2021

지장경(地藏經)

쉼 없는 고통의 무간지옥은 누가 가는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추앙되어온 보살이 있다면 지장보살일 것이다.

원래 절에서는 인계(人界) 부처의 화신(化身)인 관세음보살을 모신 대웅전에서 불공을 드려야 하는데 나의 기억으로는 늘 지장보살을 모신 지장전, 명부전, 업경전에서 굿을 하듯이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리는 곳으로 많은 공양물이 놓인 제일 붐비는(?) 장소로 기억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네 종교라는 것이 유교와 불교 그리고 무속신앙인데 유교(儒敎)야 공자가 말했듯이 현재의 사람의 생도 모르는데 죽음에 대해 어떻게 알겠느냐고 되물었듯이 현세만을 위한 정치철학 내지 삶의 시금석이 되는 윤리학이지 내세가 존재하는 종교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속신앙에 기대하자니 조상의 사후 복(福)과 자신의 안위를 맡기기엔 무언가 부족했으리라. 그런데 여기 업(業)을 짓고 고통받는 중생을 구하고자 자신의 성불(成佛)도 미룬 채 눈물로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보살이 있으니 그가 바로 지장보살이다.


우리가 아는 석가모니 부처는 이미 열반에 드셨고 모든 중생이 성불을 하는 억겁의 시간이 흘러 다시 오신다고 했으니 미래세에 우리에게 오실 부처는 미륵불이다. 그럼 이때까지 우리는 누굴 믿고 따라야 하는가? 그래서 불교 삼계(三界)와 육도윤회(六道輪廻)의 세상엔 부처와 보살이 우리를 반야바라밀의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중 유일하게 지옥에까지 가서 최후의 1인까지도 깨달음으로 이끌고 자신은 그 마지막에 성불을 하겠다는 서원을 한 이가 바로 지장보살이다. 이는 마치 영화 '위 워 솔저스'의 할 무어 중령처럼 전장에서 부하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맨 마지막으로 그곳을 떠난다는 약속을 지킨 것과 같이 과거에서 지금까지 모두가 성불을 이루는 그때까지 우리 중생들에게 많은 위안과 희망을 주고 있는 지장보살의 가르침이 있는 지장경에 대하여 알아보자.

전장에 제일 먼저 발 딛고 마지막으로 떠난다는 약속을 지킨 영화 '위 워 솔저스'의 할 무어 중령의 모습에서 지장보살의 지극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지장경이라고 하면 하나의 불교 경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지장보살 관련 경전이 있는데 그중 지장보살본원경, 대승대집지장십륜경, 점찰선악업보경을 지장 삼부경이라고 하여 흔히 지장경이라고 통칭한다. 오늘 소개하는 지장경은 그중 13품으로 이루어진 지장보살본원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가 삼천대천세계중 중심인 수미산 위 천상계(天上界)의 도리천에서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한 내용을 모은 것으로 지상보살의 전생과 그가 걸어온 길 그리고 그 업이 너무도 악하여 그 고통이 쉼 없이 이어진다는 오무간지옥으로 가는 이들의 이야기 등등이 전해진다.

세상에 성불을 할 수 없는 존재를 일천제(一闡提)라고 하는데 무수히 많은 죄업으로 인해 지옥에서 고통받는 악인 외 유일한 일천체보살인 지장보살의 전생에 대하여 알아보자.


지장보살본원경  제1품에는 지장보살의 인간계의 삶이 전해지는데 지장보살은 인도 바라문 가문의 딸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가 죽고 나서 살아생전 불교의 삼보(三寶)인 불보(佛寶)  · 법보(法寶)  · 승보(僧寶)를 업신여겨 무간지옥에 가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모든 재산을 팔아 부처께 불공을 드렸다.

이를 가히 여긴 부처가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고 아니나 다를까 전생의 그 업으로 인하여 무간지옥에서 고통받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더욱 불공을 드리자 이에 부처가 그녀의 어머니를 천상계로 다시금 태어나게 하니 이에 브라만의 딸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성불도 미루고 중생 구원에 힘쓰고자 하니 그녀가 지장보살이다. 그리고 그때 지옥을 안내했던 무독귀왕이 지장보살의 협시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불교의 열반에 대하여 잘 모르시는 분은 천상계라고 하면 극락이라고 생각하여 영원한 열반이 올랐다고 생각하는데 천상계는 욕계(欲界) 중 하나로 열반에 오르는 구도의 길이 인간계나 아수라 또는 그보다 못한 지옥, 축생계, 아귀보다 낫다는 것이지 열반에 올랐다는 것은 아니다. 천상계에서 열반에 오르지 못하고 쌓은 업이 오히려 전보다 못하면 다시금 육계(六界)로 돌아가 환생한다고 한다. 기독교 구원과 다르게 불교에서의 구도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이루는 열반뿐이다. 무조건적인 불교신앙만이 아니라 반야를 통한 바라밀을 스스로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후 지장경은 우리에게 카르마 즉, 업(業)에 의한 윤회와 그것을 끊는 열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물론 카르마가 도저히 육도윤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악(惡) 한 자들은 죽은 후 49일 동안 업의 심판을 받을 일도 없이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는데 지옥에서 그 업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다시금 육도윤회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생과 멸을 이어가게 된다는 것도 친절히 알려준다.

사실 지장경을 읽다 보면 내가 지금 억 겹의 윤회의 굴레에 있다는 생각에 미칠 정도로 답답함이 다가오기도 하며 지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선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는 등 시나브로 그 내용에 빠져든다.

서양철학으로 이야기하면 나의 마음에서 빛나는 선의지가 마구 용솟음치는 칸트적 기적이 절로 일어나는 것이다. 어쩌면 서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형이상학적 윤리에 대하여 가장 와닿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이 지장경이 아닐까 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영향으로 고대 지장보살상은 두건을 두르고 큰 몽둥이를 들고 있다고 한다. 이는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하데스의 수문장인 케르베로스를 생포하는 과업을 위해 지하세계로 갔던 헤라클레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궁금해할 그 고통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 무간지옥으로 익스프레스 하는 다섯 가지 악업(惡業)에 대하여 지장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쓰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장경 제3품 중생의 업연을 살피는 모습 中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지장보살에게 직접 묻는다.

"성자여. 염부제(人界) 중생이 짓는 업의 차별과 받는 과보는 어떠합니까?"

지장보살이 답하기를 " 지옥의 죄보도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마야부인이 다시 묻기를 "그러면 염부제에서 지은 죄로 악도에 떨어지는(오무간지옥) 과업은 무엇입니까?"

지장보살이 답하기를

1. 부모에게 불효하거나 혹 살해를 한 자

2. 부처님 몸에 피를 내거나 삼보를 비방하거나 경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자

3. 절의 재산을 훔쳐 손해를 끼치거나 스님들을 더럽히거나 가람(절) 안에서 음욕을 자행하거나 살생하거나 해친 자

4. 절의 재산을 함부로 쓰거나 신도를 속이거나 계율을 어겨 배반하거나 갖가지 악을 짓는 자

5. 절의 재산을 훔치거나 재물, 곡식, 음식, 의복 등을 단 하나라도 주지 않는 것을 갖는 자


이렇게 살펴보면 지장보살의 어머니처럼 불교나 승려, 불상, 불교 경전, 절등 불교에 모든 것에 대하여 불경한 일을 저지르거나 부모에게 불효나 살해하는 천륜을 어기지만 않는다면 인간은 인계에서 윤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외의 죄를 짓는다면 지옥에서 그 죄에 해단하는 업보를 치르고 다시금 육도윤회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를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효도하며 공인된 종교에 대하여는 내가 믿음을 갖지 않더라도 존중할 줄 아는 아량을 가진다면 최소한 오무간지옥으로 빠져 쉼 없는 고통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장보살 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효(孝)를 상징하는 것 같다.

이상 세상 모든 중생의 구도(求道)를 위하여 유일하게 성불을 이루고도 열반에 이루지 않는 고귀한 지장보살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지장경(地藏經)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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