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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Dec 16. 2021

김현승- 눈물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시인 김현승은 1913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그의 부임지로 옮겨 다니며 생활하여 전라도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다시금 평양에서 숭실중학교와 숭실전문학교에 입학하여 수학했다고 한다.

6.25가 터지기 전까지 평양과 광주를 넘나들며 성장했던 시인 김현승이다.

그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기독교인이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모태신앙으로 태어나서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았고 그의 시(詩)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또한 기독교라고 한다. 

그런 시인의 작품적 성향이 강하게 묻어있다고 하는 그의 대표 시 '눈물'을 감상해 보자.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김현승 시집 '김현승시초' 中 1957년 문학사상사


커피를 유독 좋아하여 자신의 호를 다 형(茶兄)이라 지었다고 한다.


시를 읽고 있자니 무언가 아릿한 멜랑꼴리의 감정이 깊게 느껴지지 않은가?

이 시를 짓고 김현승 시인이 따로 한말이 있다. 한 번 함께 읽어보자.


"이 시의 기저에는 기독교 정신이 깔려 있다. 이 시는 내가 그렇게도 아끼던 나의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애통해 하던 중 어느 날 문득 얻어진 시다."


그렇다. 이 시는 김현승 시인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다 마침내 그 또한 신(神)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을 다시금 아름다움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승화시키는 한 개인의 장엄한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비틀거리다 시인은 흘리던 눈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저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조차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특히, 4연의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이라는 표현에서 이 시가 상징하는 바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표현에 심취한 소설가 박완서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는 소설을 쓰기까지 했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건대 사람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것이 있을 것이다.

시인 김현승은 아들을 잃은 슬픔에 흘린 눈물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상 가장 아끼던, 어쩌면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자식을 잃은 아비의 눈물만큼 아끼고 아낄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이 슬픔의 눈물에서 시인은 신(神)의 거룩함을 다시금 느끼며 신이 만들어 놓은 우주 만물의 순환과도 같은 자연의 섭리 속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사실 신(神)의 뜻을 우리가 알 수가 있을까?

불가지론적인 면에서 보면 이 시는 그저 나약한 한 인간이 끝없는 우주 공간에서 아주 작은 미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며 아울러 자연의 순환적인 존재론적 입장에서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한 인간의 상실과 절망조차 아주 작은 일들의 연속일 뿐이라는 위안 속에서 다시금 기립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죽음으로 인한 불안과 슬픔의 대면을 피할 수 없다.

2,000여 년 전의 갈리아족과의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서 불안의 삶을 살았던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그의 명상록에 죽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무수한 사람들을 죽인 뒤에 자기도 죽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라."


"마케도니아 사람 알렉산더와 그의 마부는 죽은 뒤에 동일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들은 둘 다 똑같이 우주의 생식력이 있는 이성으로 환원되었거나 아니면 원자들로 분해되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무시하기보다는 인정하라. 죽음 역시 자연의 섭리 중 하나이므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中


이렇게 죽음에 대해 그저 자연의 섭리 중 하나로 여기고 어떤 신념이든 종교든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죽음이라는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불안과 슬픔에 대처함에 있어 의연함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승 시인의 '눈물'도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 앞에서 그것을 신의 거룩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고 다시금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긍정하고 일어서는 내용의 마음 따뜻해지는 시(詩)를 감상해 보았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전라도 광주 무등산에 있다는 김현승 시인의 '눈물'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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