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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Aug 23. 2023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나의 성장통은 얼마나 아팠을까?

아버지의 실직.

그로 인해 공장에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던 어머니.

가난한 집안의 많은 형제.

명석한 두뇌로 호기심이 많아 늘 사고를 쳐야 했던 타고난 성정.


이렇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는 브라질의 가난한 동네에서 누구보다 똑똑하고 천진난만했지만 위의 조건으로 주어지는 가난과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누구보다 먼저 철이 들어야만 했다.


그 슬픈 성장소설이 J.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이다.

제목이 주는 따뜻하고 청량한 느낌보다는 휠씬 슬픈 성장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이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래서 불쌍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먼저 소설을 읽으면서 몇 년 전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그렇다. 상처받은 영혼은 그 트라우마에 경직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또한 그의 위대한 소설 작품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도 '나의 아저씨'의 지안이도 각기 다르지만 불행했던 가정 안에서 상처받고 경직된 체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소설이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채 몸이 영글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웃자라지는 않았는지 하는 자기 연민이 들었기 때문이다.(물론 나뿐만이 아니고 톨스토이의 '카레니나의 법칙'에서처럼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훌쩍 커버려 철이 든 어른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제제는 말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나무는 이제 상처받는 어른이 된 것이라고 고로 나의 어린 시절과는 안녕을 고해야 하는 존재라고.......

몇 번 인용한 소설의 구절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고 공감할 것이다.

이렇게 1968년 브라질의 소설가가 발표한 작품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아마도 성장통이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분모에서 오는 공감일 것이다.

이 소설은 1920년 히우지자네이루의 외곽이 있는 방구시에서 가난한 노동자 집안 자란 작가 바르콘셀로스의 자전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였던 브라질에서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브라질 원주민의 혼혈이었던 어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전 세계를 휩쓸었던 경제 대공황으로 인하여 실직한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유독 호기심과 장난이 심했던 성격에 마을의 장난꾸러기로 악명(?) 높았던 그였기에 집 뒷마당의 여린 라임오렌지나무를 친구로 여기며 지내야 했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방구시에서 실직한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공장에 나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둔 5살 소년 제제. 그 누구도 글을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스스로 글을 읽을 줄 아는 영특한 어린이이다.

크리스마스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을 만큼 집안 사정이 안 좋았던 제제는 그런 상황이 누구보다 힘들 아버지를 위해 구두닦이를 하며 질 좋은 담배를 선물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들어간 학교에서도 학업성적조차 우수하자 그를 이뻐해 주시는 선생님이 주시는 용돈을 자신보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흑인 여자아이에게 양보할 정도로 마음 따뜻한 아이이다.

하지만 가끔씩 발동하는 호기심과 장난기로 인해 아버지와 누나. 형 그리고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손찌검 당하기가 일쑤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악마의 조정 받는다고 여길 정도로 자책을 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집안 사정이 안 좋아 이사 간 집의 뒤뜰 볼품없이 자리 잡은 여린 라임나무를 밍기뉴라부르며 마음의 대화를 하며 지낸다.

그리고 처음에는 미워했던 포르투갈인 마누엘 발라다리스와는 어느 날 이웃에 구아바 서리를 하러 갔다가 발각되어 도망치다 병조각에 상처를 입게 되고 뽀르뚜가의 정성 어린 도움에 감동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이후 브라질 사람들이 포르투갈 놈 정도의 은어인 뽀르뚜가라 부르며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는 친구가 된다.


이렇게 제제는 라임오렌지 나무 밍기뉴와 자신의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영혼의 친구 뽀르뚜가 사이에서 생에 처음으로 행복을 느끼며 살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깐 밍기뉴는 새로운 도시계획으로 인해 뽑혀나갈 처지가 되고 아빠보다 더 아빠 같았고 제제 입장에서 아버지이길 원했던 뽀르뚜가가 철도사고로 숨지게 된다.

제제는 그 충격으로 인하여 식음을 전폐하고 죽을 위기를 넘기게 된다.

뽀르뚜가와는 비밀친구 사이였으므로 그 누구에게도 슬픔을 말하지 못하고 6살 제제 홀로 오롯이 그 고통을 감내하여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독히도 힘들고 외로웠던 성장통을 견뎌내고 나니 제제는 나이만 6살이었지 스스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대하며 동심(童心) 과의 이별을 고하게 된다.

상처받은 어린 제제는 그렇게 철이 들고 너무 일찍 커버린 존재가 된 것이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기에는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 누구나 제제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천진난만했던 시절과 이별을 고하고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것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 삶의 고통을 감내해 내는 슬픈 능력을 가지게 되는 시점부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이것이 바로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TV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나이 어린 가장들이 스스로를 감내하기도 힘든 나이에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챙기며 살아가는 모습에 눈가가 젖어오는 것은 너무 어린 나이에 슬픔을 감내할 방법을 배운 그 삶에 대한 연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 내 주위에 아이들이 너무 일찍 또는 너무 큰 슬픔을 감내하지 않고 동심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책 J.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였다.

타인의 성장통과 내가 감내하여 했던 성장통을 비교하며 읽고 나의 자녀든 주위에 어린아이들에게 좀 더 아프지 않게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보도록 노력하는 것도 삶을 멋지게 사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든다. 마치 제제와 뽀르뚜가처럼 말이다.

책의 저자 J.M. 바스콘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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