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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Nov 03. 2020

나의 아저씨 명대사- 경직된 인간들은 불쌍해

군대를 제대하고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다.(참고로 본인은 군대를 제대한 지가 20년이 넘었다 ㅠ.ㅠ) 예전엔 잠깐씩 보기도 했는데 한 10년 전부터는 아예 잠깐의 시간조차 드라마 시청에는 쓰지를 않는다.

너무 뻔한 이야기와 전개가 식상하고 나에겐 아직도 읽지 않은 많은 고전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그것도 종영한 지가 2년이나 지난 드라마 얘기를 한다는 게 이상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보다. 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OST 중 '어른'이란 노래가 있는 동영상에서 배우 이선균 씨가 한 대사가 너무나 와 닿아 쓰게 되었다.

어떻게 이 짧은 대사로 사람 마음을 다 들어놓는지 또 그 속에 지친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나중에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마주쳐도 예전에 약속한 것처럼 웃으며 헤어지는 모습에서 하나의 철학적 메시지를 보는 것 같아 그 짧은 영상과 음악에 정말 많은 감동을 했다.


우선 내 마음을 후벼 판 그 대사를 써보겠다.

주인공이 부서원들과 회식을 하다. 평소 버릇이 없는 파견직 직원을 욕하는 장면에서 배우 이선균 씨는 이렇게 말한다.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이 말해주잖아.

상처 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래서 불쌍해"

나의 아저씨 中

상처 받은 영혼은 그 트라우마에 경직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마음의 상처 받으며 뇌는 그 상처를 다시는 받지 않기 위해 아니 떠올리기도 싫어하며 의식 너머 저 구석인 무의식 속으로 상처를 내던져 버리며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잊으려 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이를 전문용어로 방어기제를 활용한다고 한다)

상처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사람은 자연스레 굳어질 수밖에 없다.

무의식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굳이 유년시절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이렇게 많은 상처를 받은 영혼은 점점 더 굳어지고 그렇게 생기(生氣)를 잃어가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힘든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가건 가족이라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부조리이기 때문에 그 부조리 속에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부조리에 저항하는 표상적 존재이기에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하더라도(쉽게 와 닿지도 않지만 대단하신 알베르 카뮈 님의 말씀이시다) 그 지겹도록 가혹한 하루하루의 일상에 힘을 내서 웃으며 활기차게 살아가기엔 무언가 와 닿게는 게 많이 부족하다.

차라리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가족을 위해 꾸역꾸역 먹고 힘을 내 일상 속에 몸을 던진다고 위로하는 게 어쩌면 우리에게는 더 현실적인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 일상에서 경직되어 가는 내 모습과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로 살아가는 내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겹쳐지면서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가족이라는 따뜻한 올가미 속에 쥐어 잡히며 힘을 내야 하지 않겠는가?

또 그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인 사랑과 행복이 있지 않은가?(알베르 카뮈 님은 이런 일상의 고됨을 이겨내며 사는 것이 산 위에 돌을 올려놓으면 내려가고 다시 올려놓으면 내려가는 끝없는 노동의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 조차 산에서 내려갈 때 부는 바람과 잠시나마 그를 떠난 돌덩이 등에 행복했을 거라고 말했다 이게 좀 비슷하려나?) 상처 속에서 경직되어가는 모습이 서글퍼도 오늘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우연히 만나도 무사히 살아있음에 미소 지으며 헤어질 수 있는 따뜻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그렇게 꿋꿋이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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