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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Nov 06. 2020

김춘수- 꽃

사람으로 세상을 살면서 가장 힘들면서도 즐거운 것이 있다면 사유(思惟)가 아닌가 싶다.

때론 생각이 많아서 힘들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세상 무엇이든 내 사유의 장(場)에 들어오면 의미를 부여받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도 그런 의미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그래 세상에 그 무엇도 우리가 이렇다 그렇다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생명이 지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숨 막힐 듯한 뜨거운 입김이 내 입에서 연신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커피 한잔하며 사유를 즐기며 글을 쓰는 이 순간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은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생각하는 일뿐이다.

이게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 마음대로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아주아주 주관적인 삶이다.

내가 그것을 꽃이라 생각하면 꽃이오. 똥이라 생각하면 똥이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몇 년전 태국에서 닥터피시 경험을 했다.

발을 물에 담그자 결코 작지 않은 물고기들이 아직은 나의 살이며 몸인 것들을 먹겠다며 달려들었다.

그래 이 물고기가 피라냐였다면 나는 죽었겠지........

생각을 더해 보니 내 몸이 이놈들의 살과 피가 되겠구나 싶었다.

아! 그래서 부처님이 불살생계(不殺生戒) 즉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 하신 것인가?

세상 살아있는 것들은 모든 것을 공유한다. 물, 공기, 무기물, 유기물 등등 내 몸을 구성하는 것들이 오로지 내가 살면서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단 말인가?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제법 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 즉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딱히 내 것 또는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을진데, 나라는 실체를 있다고 믿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다'라는 삼법인설(三法印說)을 설파하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번개처럼 때렸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물고기들이 나와 살을 나눈 그 무엇인가가 되었다.

그래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각질이 없어져 발이 깨끗해지고 잡균도 없어지겠지 하면 그렇겠지만 내 살이 이 녀석들의 살과 피가 된다고 생각하니 내가 물고기고 물고기가 나인 것이다.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 이런 것인가?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닥터피시가 각질이나 무좀균 제거의 수단으로 생각하면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고,

나와 살(體)을 나누어 물고기의 살과 피가 되어 살아간다면 나와 물고기는 하나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 모든 것들이 나와 우주의 모든 것들을 공유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라 하시고, 부처님은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시라 하신 것이다.

카톡 인사말에 '꽃 길만 걷자'라는 인사말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그래 그 말이 정답이다.

꽃 길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

내가 사는 삶의 의미를 아름답게 부여하고 모두가 나와 함께 사는 나와 같은 존재라 생각하고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닥터피시는 본디 100바트짜리 30분 각질제거용이라는 아무 의미 없이 받아들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와 살을 나눈 존재라 생각하면 그들이 비록 갇힌 존재라 해도 나름 행복하기를 빌어볼 수 있는 마음을 품을 수 있기에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의미를 닥터피시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과 또 더욱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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