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가적일상추구 Dec 21. 2020

노자(老子)-남는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곳을 메꾸어라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 중 필요 이상으로 재물을 쌓아놓고 사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할 것입니다.

자연의 도(道)대로 움직이는 만물은 자신의 몸을 한도로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취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몸밖에 삶을 위해 꼭 필요로 하지도 않는 것을 따로 쌓아놓고 만족해하며 삽니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오늘날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하여 전 지구적 위기가 온 것입니다.

노자는 도덕경 77장에서 욕망에 눈먼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늘의 도는 아마도 활을 당기는 것 같구나!

(활시위가) 높아지면 눌러 주고 낮아지면 들어준다.

남는 것이 있게 되면 덜어내고 부족한 것이 있게 되면 보태준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것을 보태주나,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으니, 부족한 것을 덜어내어 남음이 있는 편을 봉양해 준다.

누가 남음이 있는 것을 가지고 천하를 봉양할 수 있겠는가?

오직 도를 지닌 자일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은 (무엇을) 하고도 의지하지 않고, 공을 이루어도 머물지 않으니, 그것은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 77장 中


노자 77장 중 가장 와 닿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내고 부족한 것이 있게 되면 보태주나.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다."

사실 인간 세상의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필요한 것만 취하고 남는 것은 부족한 곳을 메꾸는데 쓰면 족할 것을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조차도 그 쉬운 말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성인들은 이 명료한 덜어내어 부족한 곳을 메꾸는 하늘의 도를 실천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남음이 있다는 것을 가지고 천하를 봉양할 수 있겠는가? 오직 도를 지닌 자일 것이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이 말을 보면 생각나는 성인이 한 명 있는데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교황의 이름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성 프란치스코 일명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서 따왔다고 합니다. 성 프란체스코는 12세기 말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13세기 초에 선종한 성인인데 부유한 상인의 집안에서 태어나 아쉬울 것 없이 자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목도하고 그들을 위해 집안에 남는 재물을 아낌없이 주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남는 것을 부족한 곳에 베푼 하늘의 도를 실천하신 분입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집안의 재물을 퍼 나르는 아들이 못마땅했던 아버지에 의해 집안에서 쫓겨나고 평생을 가난한 자를 위해 복음을 전했다고 하는데 현재 누더기 같은 수도복을 입고 수행하는 수도사들을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의 수행자라고 합니다.

그런 누더기 옷을 평생 입고 살았기에 그것이 전통이 되어 오늘날 수도사 하면 떠오르는 옷의 최초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상황은 아닌지라 딱히 부족한 곳을 메워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저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조금이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노자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이글 마지막에 전합니다.

" 때문에 성인은 (무엇을) 하고도 의지하지 않고, 공을 이루어도 머물지 않으니, 그것은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하고도 그것에 의지하지 않고 그 공에도 머물지 않으니 그것이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 지혜라고 말합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와 닿는 부분입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속된 말로 나대지 않는 것입니다.

노자 77장에는 참으로 많은 지혜가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내고자 비워내고 그 비움으로 다른 누군가의 부족을 메우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춘수- 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