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잘못이다
브런치에서 장기간 분석해 온 서비스가 있다. 그 서비스의 모기업에서 채용전환형 인턴을 구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교육생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마감시한은 26일 자정까지. 나를 사로잡은 문구는 자격요건에 있던 부트캠프 출신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 시간은 4일 가량 남았었지만, 팀 프로젝트 과정 중이었기에 사실상 주말에 집중해서 작성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시간은 촉박했고, 산출물은 부족하여 포트폴리오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기존의 경험과 이번 부트캠프 과정에서의 내용을 다소 급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막상 작성을 들어가니 이력서에서도 내용을 현행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금방 이력서를 마무리했지만, 그 다음에는 포트폴리오라는 통곡의 벽이 나를 맞이했다.
IT 프로덕트는 아니었지만 이전 직장에서 조금 어설펐더라도 나름의 기획과 프로세스 개선을 해보았던 나는, 기존의 경험들을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녹일 것인가를 고민하며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저녁 5시 쯤 우주의 기운(?)이 틀어막는 것처럼 잠깐의 정전이 찾아온 것이다. 당황해서 확인해보니 우리 층만 정전이라는 것. 일시적인 문제였지만, PC를 사용해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던 나는 정전이 해결되기를 기다렸고 다시 작성에 들어갔다.
다행히 중간 중간 세이브를 잘 해둔 덕에 우려했던 대형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본능이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감 5분 전,
다소 급박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작성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미리 인턴 모집 공고를 켜놓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을 작성했다.
드디어 마감 2분 전이 되었다.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현재 상황에서의 최선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이젠 지원만 하면 된다.
이 때였다.
조금 급한 나머지 크롬에 있던 채용 공고 탭을 실수로 X를 눌러버린 것이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하며 허겁지겁 다시 사이트를 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1분 전.
당황한 나머지 채용 공고 페이지를 다른 직무를 눌러버려서 다시 들어가는 시간을 허비했다.
사실 이미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빠르게 다시 페이지에서 지원하기를 누르려는 순간
아.
자정이 되었다.
자정이 되어버렸다.
자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서버는 닫혔고, 난 결과적으로 지원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살짝 터져버린 멘탈과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에 헛웃음이 "헛...허..ㅎ.ㅓㅎ......." 하고 터져나왔다.
내가 갈 곳이 아니었을 지 모르지만, 이런 결말은 예상 범주에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모든 건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어처구니 없지만 이와중에 나는 해학의 민족 아니랄까봐 짤을 찾고 있었다.
원피스 정상전쟁에서 샹크스가 루피를 지키는 과정에서 했던 멘트였다.
내가 사고쳐서 만들어 낸 몇 초가 용기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게 나의 운명을 크게 바꿨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난 루피가 아닌데.
잠 못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