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nnett May 10. 2023

내 기획 아이디어가 도용당하면 어떻게 해?

서비스 기획자 취준생들의 대화입니다. 귀엽게 봐주세요


나만의 아이디어라는게 있을까


최근에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서 이력서를 넣고 있던 와중에 문득 함께 교육을 듣던 어떤 교육생이 생각나 카톡을 보냈다. 그 사람은 평소에도 많은 생각 보따리를 갖고 있는 분이어서 그런지 교육기간 내내 질문이 정말 많아 내게 꽤나 인상깊게 남아있는 교육생 중 한명이었다.


최근 근황 토크를 이어가던 중, 그 사람의 질문 보따리가 열렸다.


"근데 궁금한 게, 내가 개선점이라고 생각한게 백로그에 이미 있거나 다른 지원자와 많이 겹쳐서 경쟁력이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는 개선점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서류 탈락해서 면접에서 이야기 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아이디어만 갖고 탈락시키면 어떻게 할 지 생각해둔 게 있으세요?"


나 또한 포트폴리오에 신규 프로덕트 기획 내용이 담겨져 있다보니 한번 쯤은 고민해봤던 내용이었다. 그때는 가볍게 생각을 흘려보냈지만 이런 류의 대화에 흥미가 폭발하는 성격이라 그런지(본인 MBTI : 인팁), 몇 분 간의 고민이 있었다.


"면접보는 기업이 아이디어만 가져가고 탈락시키는걸 걱정하는 것보다는, 우선 면접 기회를 얻는게 먼저가 아닐까요? 요즘 면접 기회를 얻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시대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신입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상 포폴 내용이 역기획 아니면 신규 프로덕트에 대한 기획이 중심이 될텐데 그건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 아이디어가 나만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건 어찌보면 오만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텍스트를 쓰고 보니 참 나는 차갑고 현실적인 답변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면접 기회가 적어도 너무 적은 것도 내가 피부로 느끼고 있고, 오만에 대한 의견들은 지금도 생각이 같다. 아이디어는 결국 프로덕트로 구현되서 시장에서 고객들이 평가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게 아니니 말이다.


다행히도 그분은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거를 현업에 적용했을 때 어떻게 실현하는 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을 하면서 다들 각자의 비즈니스가 혁신적이고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정말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장에서 결국 도태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고, 혹은 기술만 남고 비즈니스는 상대적으로 빈약해 시장에서 탈락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어떤 회사는 전단지를 줏어다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유니콘이 되지만, 기술 특허가 수십개여도 망하는 회사가 태반이다.


포트폴리오에 들어가는 프로덕트의 역기획 제안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미 기존 프로덕트는 기업에서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의 나름의 사정과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하루 이틀 고민해서 제안한 내용이 현업의 기준에서 보면 부족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취준생인 우리가 현실적으로 지금 걱정해야 할 부분은, 아이디어를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서 면접관으로 하여금 '이런 생각의 흐름을 갖고 있다면 앞으로 다른 문제도 이렇게 해결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을 주어서 기업에 들어가 그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안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이


사실 아이디어라는게 그렇다. 실제로 구현하려면 나 혼자 1인 기업이 아니기에 다른 팀원 또는 C-Level들을 설득해야하고 그를 위한 리서치에 더 공을 들여야만 한다. 또한 현재 가진 기업의 리소스를 파악하고 내가 그리고 있는 프로덕트의 구현율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 지에 대한 것도 고민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내 머릿 속의 아이디어를 100% 카피하지 않는 이상 완벽하게 똑같은 프로덕트는 나올 수 없다. 마치 이연복 셰프나 여경래 셰프가 방송에 나와 레시피를 과감하게 공개하는 이유와 같다.(물론 나는 그정도의 대가는 아니긴 하지만...^^)


특히 IT 프로덕트가 아니더라도 신입 기획자라면 한번쯤은 겪는 일이지만, 내가 기획한 내용이 100% 내가 주관을 할 수 없는 어른들의 상황(?)도 생기게 되고, 끊임없는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챌린지에 직면해 멘탈이 바사삭 되버리기도 한다.


이미 이전 직장에서 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하며 숱하게 겪었던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꽤나 좌절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걸 온전히 내가 주관하고, 완벽하게 설득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못난게 아니라는 점도 알기에 이 부분은 무덤덤해진 것 같다.

 

아무튼 기획자의 아이디어는 귀하고 존중받아야 함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법과 같은 제도적으로 완전하게 보호받기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 : 꼭 그렇게 해야 속이 후련했냐?


위에서 취준생 입장에서의 아이디어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들을 끄적여봤지만, 생각해보면 최근 미디어에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 속에 서비스를 런칭시키고, 이에 따라 아이디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게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이외에도 기사를 조금 찾아보니 기업 또는 기괸에서 진행하는 아이디어 공모전(또는 해커톤)에 탈락했지만, 이후 탈락한 아이디어를 갖고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논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논란은 기업과 기업 사이의 문제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스타트업, 혹은 기획자들의 능률과 창의성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0년 10월 '창작물 공모전 지침'을 통해 나름의 보호제도를 만들었고, 한국저작권협회 또한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이후에도 계속 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들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100% 보호받기는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것 같다.


면접관과 지원자 혹은 심사자와 지원자의 입장은 지위의 차이도 있고, 현재까지도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없는 현실 속에 더욱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모르겠다. 오늘도 이력서나 써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두번 다시 실수하지 않을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