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한국의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 산하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최대 주 52시간(기본 40시간+추가 12시간)으로 제한하던 근로 시간을 최대 주 69시간(기본 40시간+추가 29시간)으로 연장하는 개편안을 내놓으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새해부터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해당 정책을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여론의 뭇매와 함께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한 한국의 '주 52시간 근로제'는 2018년에 시행되었지만, 시작한 지 5년이 되자마자 해당 제도는 변경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글로벌 탑급?
출처 : 머니투데이
우선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상당히 긴 편인데요.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중 5위로, 1~4위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 순이었습니다. 주요 OECD 선진국 중에서는 한국의 근로시간이 1위입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한 강한 비판에 부랴부랴 대안으로 내놓은 주 64시간 근로제 또한 휴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론의 강한 반발을 받으면서,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로 기업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노동 시간에 따라 생산성을 측정할 수 없는 직업군,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하거나 연장 근로를 통해 추가 수당으로 수입을 늘리는 직업군의 경우 실제 월 수입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책 논의와 방향성은 근로자들의 의사가 반영되기보다는 경영계의 의견에만 일방적으로 귀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정부는 근로 유연성, 근로 생산성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해당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로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근로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번 개편안에서 논의되는 주 69시간 근무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로 가장 긴 근무시간입니다.)
2017년 국책연구원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의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근로자 1인당 연간 실질 부가가치 산출을 1.5%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제도 개편안과 연구 결과가 상충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근로 생산성은 근로자들의 충분한 휴식을 통한 업무 집중과 근무 여건 개선을 통해서 개선됩니다. 이외에도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혁신적인 인적 자원 관리, 개별 근로자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 열린 조직문화나 성과 공유 등을 통해 동기부여를 시킴으로써 높아집니다.
한편 2021년 12월,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77.8%가 주 52시간 근로제에 만족하고 있다고 합니다.정부의 예상대로 근로자는 근무한 시간만큼 충분히 수입을 늘리고, 기업은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부 중소기업들의 경우 일한 시간 만큼 정확하게 수당을 챙겨주지 않는 기업들이 슬프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근로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연차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 '연차사용촉진제'는 2회 이상 근로자들에게 통보를 하면 연차수당 지급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연차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도 기본임금에 추가 수당을 포함하거나 일정 금액을 추가 수당으로 정하여 매월 지급하는 방식의 임금제도인 포괄임금제로 인해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일한만큼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관련 제도들이 함께 논의되고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곧 진정한 의미의 노동 개혁입니다.
저 또한 근로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다시 20세기의 근무시간으로 되돌아가는 노동 정책이 옳은 것이냐 하는 질문에 저는 답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