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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Jun 26. 2023

이세계를 넘어 현실로,
한국 버추얼 휴먼 시장

개인에서부터 기업, 공공 영역까지 점령한 사람(?)들



가상과 현실 사이, 버추얼 휴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말, 현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그대로 카피해 만든 가상 인간 '윤석열 AI'가 등장해 SNS에 국민들이 묻는 내용에 답변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는데 활용하며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뒤이어 상대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 또한 자신을 본딴 버추얼 휴먼인 '이재명 AI'를 출시해 정책 홍보에 열을 올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대통령 선거에 활용되었던 윤석열 AI(좌), 이재명 AI(우)


이처럼 AI를 기반으로 VR, AR 등 다양한 가상화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한국에서는 본인의 모습을 본딴 AI 캐릭터나, 본인의 얼굴이 아닌 가상의 얼굴을 합성해서 활동하는 '버추얼 휴먼'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과 기업, 공공 영역에 이르기까지 산업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버추얼 휴먼들은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내거나, 광고나 브랜드 콜라보 등 마케팅 활동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나 SNS를 활용해 가상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하면서 이들의 시장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습니다.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 분석 : 출처 - Emergen Research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Emergen Research’에서는 버추얼 휴먼 시장규모를 2030년 5200억 달러로 예측했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에서는 버추얼 휴먼의 영향력의 확대로 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많아질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버추얼 휴먼 사례



이미 한국의 기업들 중에서는 적극적으로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아졌습니다. 특히 작년 9월 사명을 변경했던 ‘Locus-X’에서 만든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인 ‘로지(Rozy)’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dob studio’에서 만든 버추얼 유튜버인 ‘루이(Rui)’는 버추얼 휴먼의 성공사례로 항상 손꼽히곤 합니다.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 :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


먼저 로지(Rozy)는 3D 그래픽과 AI 기술력을 접목하여 얼굴부터 목소리까지 실존하지 않는 버추얼 휴먼입니다. 로지는 2021년부터 호텔 광고와 쉐보레(Chevoret) 전기차 광고, 음원 발표 등을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1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했고, 작년에도 신한라이프 광고를 통해 음원 발표와 광고를 찍기도 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유튜버 루이(Rui) : 출처 - 마리끌레르코리아


루이(Rui)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듯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여 활동하고 있는 버추얼 가수입니다. 6월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9,000명에 달하고 유튜브를 통해 커버 영상을 올리거나 로지와 마찬가지로 자체 음원을 발매하고 광고를 통해 얼굴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루이가 재밌는 점은, 몸과 목소리는 실존 모델이 있기 때문에 로지와 달리 실제 오프라인에서도루이의 몸과 목소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나와 방송에 출연하여 루이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도 가상 인플루언서? 나쁘지 않아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버추얼 휴먼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 또한 버추얼 휴먼들의 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치솟고 있는 모델 섭외에 필요한 경제적, 공간적, 시간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기업 이미지, 그리고 모델에게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를 대입시킬 수 있으며 얼굴이 드러난 실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모델 개인의 사생활이나 법적 리스크에 있어서도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버추얼 휴먼을 만들고 있는 버추얼 콘텐츠 기업


특히 버추얼 휴먼은 지금까지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AI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이 융합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충분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Locus-X, dob studio, 딥브레인AI, 아리아스튜디오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자사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버추얼 휴먼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한국에서는 이미 1998년부터 이미 버추얼 휴먼이 존재했습니다. 한국의 버추얼 휴먼 역사를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조상님처럼 언급되는 사이버 가수 '아담'은, 그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웠고, 기술력의 한계로 빠르게 사라졌지만 2023년 현재 버추얼 휴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의 선구자적 시도가 있었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버추얼 휴먼을 넘어 이젠 버추얼 스트리머


버추얼 남성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 : 출처 - MBC Kpop Youtube


그러던 지난 3월, 한국의 한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 남성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이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무대에는 실제 사람은 없고 가상의 캐릭터들이 나와 무대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실제 사람이 나오지 않고 캐릭터가 나와 무대를 꾸미고 있는 이 그룹의 무대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280만에 육박합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의 파격적인 시도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실제 사람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버추얼 휴먼과 함께 일본 서브컬쳐에서 영향을 받은 만화 캐릭터 형태의 버추얼 유튜버(V-tuber)혹은 버추얼 스트리머(V-streamer)가 한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브컬쳐가 취미 문화 중 하나로 존중받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극소수의 마이너 문화로 인식되었습니다. 2020년, 일본의 버추얼 라이브 그룹인 ‘니지산지(にじさんじ)’에서 글로벌 프로젝트 차원에서 한국에 니지산지KR을 출범시켰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국내에서 트위치 데뷔한 ‘이세계 아이돌(ISEGYE IDOL)’ 이후 버추얼 스트리머(유튜버) 시장 자체가 확대되며 이전보다는 훨씬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ISEGYE IDOL)'


트위치 스트리머인 ‘우왁굿(woowakgood)’이 오디션 콘텐츠로 시작해 만들어진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ISEGYE IDOL)’은 데뷔곡 뮤직비디오 조회수 약 1,500만 회, 데뷔곡 음원 스트리밍 순위 1위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음악 활동과 함께 웹툰, 개인방송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하고 다양한 언론 인터뷰들을 통해 인지도를 올려 최고 시청자 합 10만명 이상, 각 멤버들의 평균 시청자는 7~8천명에 육박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 달리 캐릭터 뒤의 본체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기존 1인 스트리밍과 시너지를 일으켜 기존에 서브컬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버추얼 시장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수 김장훈(좌), 이세계 락스타 숲튽훈(중), 한국과 일본의 공무원 버추얼 유튜버(우)


최근에는 60세에 가까운 한국 유명 가수인 김장훈 씨가 '이세계 락스타' 컨셉의 버추얼 유튜버로 새롭게 시작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고, 지자체에서는 이바라키 현 공식 버추얼 유튜버와 같이 홍보팀 공무원이 정책 홍보를 위해 버추얼 유튜버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버추얼은 돈이 된다?


사람이 모인 곳은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실제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활동을 하면서도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버추얼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고, 이러한 수요에 따라 버추얼 스트리머 시장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처럼 컨셉을 명확하게 잡고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VRECORD’, ‘Revolution Heart’ 외에도 기존의 스트리머들을 버튜버화 하거나 일반 스트리머와 버추얼 스트리머를 동시에 겸하고 있는 ‘Parable Ent,’ 와 같은 기업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에 있어 의문을 갖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 이야기했던 버추얼 휴먼을 만들고 있는 기업들 또한 대부분 투자에 의존해 기술력을 뽐내고 있을 뿐,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버추얼 휴먼을 모델로 선정하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고 일반 모델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만큼 태생적으로 유명 일반 모델보다 모델료가 더 책정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만큼 마케팅 효과도 유명 모델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어 버추얼 시장 자체에 물음표를 갖는 사람들도 일부 존재합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기업이 만들어내는 버추얼 유튜버가 아니라 개인 스트리머들이 버추얼 스트리머로 전환하거나 1인 방송 중심의 버추얼 스트리머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개인방송 후원 등의 수입이 충분히 소속 기업의 매출로 연결되지 않아 기업 투자의 목적으로는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특히 서브컬쳐 문화를 기반으로 한 버추얼 스트리머나 가상 인플루언서가 젊은 세대에는 어필이 되고 있어 중장기적 관점으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소비력을 갖고 있는 40대 이상의 중년층에게는 이것들이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글로벌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분명 성장하겠지만, 한국에서의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메타버스 키워드와 묶이면서 최근 메타버스 시장 전반의 침체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도 그저 미국 가전 전시회인 CES를 우리가 바라보듯 신기하고 새로운 기술의 향연으로 끝나게 될까요? 아니면, 새로운 차원의 신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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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일본 비즈니스 뉴스레터 KORIT에 업로드 될 예정의 글입니다. 겸사겸사 저의 마켓 리서치도 함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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