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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나 Aug 05. 2020

시간이 친구라서 참 좋다.

마음이 아니라 시간을 믿기로 했다.


바보 같은 탓일까 너무 잘 믿는 성격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을 너무 헤프게 주는 탓일까.

인간관계에서 오는 아주 사소한 상처에도 끙끙 앓으며 상대에 대한 미움도 나에 대한 미움도 가시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많은 걸 바란 게 아니라 인간적인 최소한의 예의. 아니 어쩌면 정을 줘버린 사람에게 내 기대는 그보다 좀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타인과 나 사이에 얇은 벽을 만들었는데 유독 그 벽마저 허물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간을 곁에 둔다

'일주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일주일쯤 됐을 때도 여전히 끙끙거리고 있으면

'맞아, 예전에는 이 주 정도 걸렸던 것 같아'

하며 지난 내 모습에서 위로를 얻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시간이란 친구가 곁에 있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평소에 연락 안 하던 친구들을 붙잡고 하소연할 수도 없고,

매일 바보 같은 내 모습에 혀를 끌끌 차는 가족들에게는 더더욱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그냥 시간에게 말한다.


시간아, 얼마나 있으면 괜찮아질까?

나에게 무례했던 사람에게 쿨해지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니?

그래도 시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희망을 품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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