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숨을 조용히 들이키는 커튼이 보이고
들 숨 날 숨 고르게 쉬어지는 노란 꽃무늬 패턴을 지그시 바라보던 미정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굴곡진 천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부풀어 오를 때면 미정 또한 어깨 맞추어 약간의 숨을 들이마셨다. 위로 떠오른 공간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간 후 멈추어진 공간 사이가 어색하지 않게 배에 힘을 주고 내보내듯 뱉어냈다.
단 2초.
손을 뻗어 커튼 천을 들어 올려 묶어버릴 수도 있었고 침대의 반동을 이용해 벌떡 솟구쳐 창문을 꽁꽁 닫아버려 모든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었다. 미정은 당장이라도 그 모든 착시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단 2초면 그녀의 정지된 세상은 다시 평정을 되찾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작고 소중한 무언가가, 가령 아기 고양이와도 같이 내 마음대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어떤 것_곤히 잠들어 쌔근쌔근 뱉어내는 숨을 함부로 흐뜨러놓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미정뿐이었던 그 순간 그 공간 안에서 그녀는 모든 생각과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그 커튼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위로 올라갔다가 잠시 후 들어온 바람에 이번에는 왼쪽으로 쓸려가는 연 노란빛의 천조각.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이끌려 숨 쉬고 있는 커튼의 결이 마침내 미정에게 나지막이 말하는 듯했다.
혼자가 아니야.
나도 여기 있어.
내가 바로 네 곁에 있어.
움직이는 것 하나 없어 먹먹하고 고요한 침묵이 지루하다 못해 지겨워지는 5평 남짓의 신축 빌라.
하나의 인생이 허무하게 마지막을 맞이 한다 해도 알아채는 이 하나 없을 적막함 가운데
꽃무늬 패턴의 얇디얇은 천 사이로 불어오는
시린 밤바람에 불현듯 느껴지는 살아있음이 주는 위로.
단지 미정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 그녀의 살아있음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앙상하고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호흡 앞에서 이미 여러 차례 울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울지 않았던가.
미정의 존재는 그녀 주변이 살아 숨 쉬는 생명감으로 깃들여졌다는 것이 인식될 때 비로서야 존재 다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자신과 같은 호흡을 공유하고 날숨과 들숨을 경험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 순간,
미정은 안도감을 느끼고 그녀의 시간은 살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