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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링 Jan 28. 2021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

꽃에는 나비들이 모이기 마련이잖아요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 (로마서 12:15)


말 그대로 친구의 기쁨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고 상대의 슬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과연 진정으로 축하해주는지, 그저 힘들 때만 마음을 다해 위로해주는지를 보면

이 관계가 구부러진 가지 하나 없이 시원하게 쭉 뻗어나간 건강한 우정인지 아니면 열등감을 뿌리 삼아 더는 자랄 수 없는 미완성의 우정인지를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모두 엇비슷하게 잘 자라 무성해 보이지만 때로는 환한 빛에 비추어야 본연의 때깔이 드러나는 법이다.


뜬금없는 브런치의 알림으로 초록잎과 누런 잎처럼 극명하게 다른 두 우정의 민낯이 내 눈 앞에 훤히 드러났다.




브런치 새내기에게 조회수 1000을 돌파했다는 알람이었다. 유입경로를 보니 다음 포털과 카카오 탭 어딘가에 글이 노출된 모양이다.

다음 날에는 한 어플 담당자에게 상담사의 역할을 신청해주기 바란다는 제안 메일도 받았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이것보다는 요란하겠다 싶을 만큼 1000이라는 숫자는 0이 세 개나 붙어있음에도 라이킷과 구독자수는 영..

제안 메일도 자세히 살펴보니 무조건 와주십사 하는 프리패스 개념이라기보다는 먼저 손 내밀고 친절히 신청을 도와주는 것뿐.


그럼에도 기꺼이 기쁘고 당연히 감사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어도 대부분이 겪는 일은 아닐 테니 특별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에 만족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칭찬을 찾아 사람숲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나다.

밝은 표정 뒤에 숨겨놓은 어려움에도 훌훌 털고 일어나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는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는 때 마침 반가운 소식이라는 듯 입꼬리가 동그랗게 올라간다. 바쁜 와중에도 신경 써서 봐주더니 어머, 축하해!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다정스레 웃으며 작가님, 우리 작가님 불러주고 그 긴 글을 보는 게 힐링이라 말해주며 공감되는 마음 또한 정성스레 표현한다.

들어온 제안에 어려운 상담 거리는 자신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도와줄 수 있다는 말에 할까 말까 고민이 할래로 변한다.


반면 그 친구는 조용했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을 뱉는 순간에는 게임에서 철저히 지는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마주 치치 않은 채로 그는 나의 기쁨을 별 것 아닌 호들갑으로 삼켜내는 듯했다.

관심 어린 눈빛과 걱정 서린 말로 재빠르게 반응하는 순간이라고는 내가 바쁜 일에 절어 피곤해하며 한숨을 내쉴 때뿐이었다.  

나의 축 처진 어깨와 어두컴컴한 표정이 드리운 날만이 그의 극호였다. 그가 나를 가장 아껴주고파 하는.


온전한 우정이든, 반쪽짜리 우정이든 나는 괜찮기로 한다.

나라고 못난 마음 안 드는 것 아니고, 이따금씩 덕지덕지 엉겨 붙은 열등감에 누렇다 못해 검어지는 잎들을 바라볼 때가 꽤나 있으니까.

그 친구 안에 아직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그의 온몸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거리낌 없이 찾을 수 있는 친구는 언제나 첫 번째 친구일 것이다.

이 희소식을 전해도 괜찮을까, 우물쭈물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친구. 나의 기쁨을 나보다 더 뿌듯하게 맞아줄 수 있는 친구에게 나는 달려갈 것이다.


이번 글에서 내가 분명히 주목하는 것은 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해 준 그 친구의 싱그러운 꽃 같은 청아한 아름다움이다.


남을 최고로 여겨주는 겸손한 태도, 상대의 존재 그대로를 안아주는 공감 능력.

또한 무엇이든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경청 덕분에 그녀 주변은 늘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우리 모두 좋은 일이 생기면 먼저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살다가 마음이 어려워지면 주저 없이 발걸음을 돌려 또 그녀에게 향한다.  


달콤한 꽃내음을 맡고 모여드는 나비가 있듯이 우리는 그의 사람 좋은 향기에 이끌려 편안히 자신을 드러낸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좋은 일이 있어 내게 자랑할 수 있고, 힘든 일이 있어 내게 기댈 수 있게끔.


당신 곁에 유독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다면 나는 당신이 부럽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당신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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