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소유가 된다는 것
아직 자식을 낳아보지 않은 미혼의 서른을 보내고 있지만 부모의 사랑이 이렇겠지, 싶을 때가 있다.
영어 유치원에서 3년째 반을 맡아 담임으로 일하다 보니 주로는 한 없이 품어주고 안아주는 엄마가, 때로는 따끔히 혼을 내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내 새끼 예쁜 건 남의 새끼보다 몇 천만 배라고는 하던데, 그저 지금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우리 반 아이들 덕분에 사랑을 배우고 있다.
5살 아장아장 겨우 걸음을 떼다가 제 발에 걸려 엎어지고, 엄지와 검지를 넣는 가위질이 어려워 종이를 두 겹 세 겹이고 무작위로 잘라냈던 아가들이 어느새 큰 형님반 7살이 되어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는 척척박사가 되었다. A는 에, 에 apple 겨우 외쳤던 쪼꼬미들이 이제는 유창한 발음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상황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특하고 대견해 엉덩이를 마구마구 두드려주지 않을 수 없다. 성장하며 단단한 똥고집의 매력을 발산하느라 더는 안아줄 수만은 없어 꼬부랑 눈썹을 만들고 미간에 주름을 세워 혼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아이들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이 마음 표현하지 않을 수 없더라.
I’m so happy to be your teacher.
사랑은 담백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고급 어휘보다 평범하고 흔한 일상의 어휘가 우리의 눈높이에 딱 맞으니까. 나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그저 배시시 웃고 쑥스러워한다. 티쳐는 우리가 좋으냐고, 우리를 사랑해서 그런 거냐고 되물을 때는 위아래로 고개를 힘차게 흔들어 Yes! 확신에 확신을 더해 사랑해요 도장을 쾅쾅 찍어준다. 너희들이 나의 아이들이라 참 좋아. 내가 너희의 선생님이라서 정말 행복해. 너희가 실수를 하고 어딘가 부족해도 선생님이 모두를 사랑하는 건 도무지 멈춰질 수가 없네.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백 번의 말 보다 사랑의 눈빛과 섬김의 행동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나 또한 실수하는 부족한 인간인지라 말에 미안한 마음과 사랑을 함께 꾹꾹 눌러 담아 정성스레 이야기해줄 때가 있다. 오늘도 이런 사랑에 잠겨 오물오물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감사했다. 다른 아이들이 아닌 바로 이 아이들이 나의 반에 배정되었음을. 내가 이들을 사랑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의 아이들 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잘나고 못남 때문이 아니라, 내게로 와준 나의 학생들이라는 것 단지 그 이유가 다였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다른 반 아이들 또한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이들인 건 사실이지만 그들은 내게 다른 반 아이들 일 뿐이다. 이름과 얼굴을 아는 이웃의 관계를 넘어 가족의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 연인 그리고 친구라는 관계 안에 들어가면 나는 특별해지고 그는 소중해진다. 남이 아니라 우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이. 하나님께서 나를 그의 친딸로 삼아주셨음이 은혜였다. 나의 아이들이기에 무조건 사랑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의 자녀이기에 그로부터 무조건의 무한정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너희도 그들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니라_로마서 1장 6절
내가 예수님의 소유가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예수님은 나를 자녀로 삼아 얼마나 기쁘실지를 더 깊이 묵상해야겠다. 또한 아이들이 나의 반에서 배울 수 있어 행복하고, 나도 그들을 기를 수 있어 매일 기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I’m yours and you’re 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