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2022년 6월, 나는 조금 특별한 방식의 소설을 제안받았고 듣자마자 해 보겠다고 나섰다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로 건너가는 전환들, 서술보다는 실제에 가까운 '대화'로 이동하는 플롯, 머릿속에 풀씨처럼 떠오르던 구상들을 제대로 옮겼을까 -작가의 말-
책을 휘리릭 펼쳤을 때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마치 각본처럼 쓰여 있어서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인가? 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듣는 소설'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읽으니 책의 구성이 이해가 됐습니다
'몽환적인 컨트리 풍', '느린 템포의 음악' '이장님의 지친 목소리' 등 장면 전환을 소리로 표현하고 있어서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아는 노래중에서 몽환적인곡, 느린템포곡, 지친 목소리라 상상하면서 생동감 있게 읽게 됩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입체적으로 읽은 느낌입니다 특히 열매와 할아버지의 생생한 사투리 대화를 읽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흉내를 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각대로 대화가 맛깔나게 되지 않아 피식 웃음이 납니다
열매는 성우입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서 성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룸메이트인 수미언니에게 돈을 빌려주고도 받지 못해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월세방을 나와 수미언니 고향인 완주에 가서 수미언니 엄마에게라도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완주로 갑니다
그 완주에서 열매는 장의사인 수미 엄마가 운영하는 작은 매점을 도맡아 운영하면서 열매는 이웃 사람들과 알아가게 됩니다 아이돌처럼 되고 싶은 양미, 양미를 걱정하는 율리아와 파르마, 은둔 배우이지만 허당미 있고 할말은 하는 정애라, 입이 자물통이라 하지만 주절주절 말하고 마는 이장님, 숲속 공소에 사는 어저귀(어저귀는 자연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고 나무와 소통을 하며, 마을일을 적극 도와주면서도 철학적이고 나이가 사백살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 등
열매는 완주에서 매점을 확장하고 빵도 팔면서, 어저귀와 로맨스도 쌓으면서 그렇게 여름을 보냅니다 그러는 동안 열매의 목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마을에 산불이 나면서 숲에 사는 어저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게 되고 암 투병중인 수미 엄마도 치료를 거부하면서 결국 열매는 수미를 찾아 마을 소식을 알려주고 엄마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당부합니다 열매는 사랑하는 어저귀가 사라져서 사랑을 잃은 슬픔을 안고 있지만 씩씩하게 준비한 오디션을 보고 옵니다
'그 때 버스 기사가 길게 하품하며 차창을 열었고 낙엽들이 날려 들어 왔다 버스안은 갑자기 나무 향으로 꽉 채워졌다 열매는 마치 숲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완주에 이를 수 있다면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고 바랐을 때 어떤 익숙한 손길이 열매의 팔을 잡고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어저귀가 돌아온 것일까?
책을 덮고 나서 '나도 완주에가서 어저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