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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똘 Oct 14. 2024

새로운 시작은 더 어려웠지 뭐야

마음고생 시작 인생 암흑기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2년 여를 매일 꼭 붙어 일했지만 원장님과 진지한 대화는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저는 승무원이 될 거라고, 잘해보겠다고 그래서 더 못 다니겠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응원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의외여서 듣고 놀랐고, 울기도 했었다.

자연스럽게 바로 그만두는 것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변경하고 1년을 더 다녔다. 당시 생각해 보니 좋은 말씀을 해주셨던 건 아무래도 일을 더 다니도록 만들려는 마음이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곳이 내 마지막 치과다.



주 2~3일 정도 병원에 출근하며 학원을 다니고 취업 준비를 했다.

그렇게 1년을 승준생으로 살았다.

열심히 준비하긴 했다. 떠벌린 게 있으니까...

파트타임 병원에 출근할 때마다 합격했는지 궁금해하는 눈빛이... 다 보였다.

안 쉬고 안 먹고,

학원, 모의면접, 어학시험, 직장 반복.


대학 다닐 때 모의토익 3XX점 맞고

그 점수가 과에서 1등이라고… 해외 연수 보내줘서 다녀온 전적이 있다. (토익은 990이 만점이다)

병원 동기들 중 1등이라고 칭찬받고 다녔다. (동기는 4명이었다)

그래서 진짜로 내가 괜찮은 녀석인 줄 알았다.

말로만 듣던 우물 안 개구리가 바로 나다.

변변찮은 실력인데도 어쭙잖게 자신감만 충만했던 나는 계속되는 탈락에 나날이 의기소침해졌다.

많이 울기도 했다.


모의면접을 가니 배우상인데 과탑이라 성실하기까지 한 친구, 외국에서 살다와서 3개 국어 가능, 항공과 출신 인플루언서.

누가 봐도 멋있는 준비생들이 많았다.

세상에 예쁘고 잘생긴 애들은 다 승무원 준비하나 봐. 이런 생각도 했었다.


면접 결과는?

반전으로 그들은 떨어졌다.

물론 나도.


그러니 내가 안 되는 이유,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고... 입꼬리를 올려 웃는 연습을 하지만 하루의 반쯤은 늘 우울해 있었다.  

자신감도 점점 없어져갔다.

면접 비중이 큰 직업은 인상, 말씨, 자세 등 비언어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나란 사람의 분위기. 보이는 모든 것 그 자체를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항공사 면접에서 실무 탈락했을 때, 진짜 기분 나쁘긴 했지만 결국 결과에 승복했다.

안되려나보다. 접었다. 1년이 좀 넘었던 어느날이었다.

국내 항공사 말이야? 취항지부터 기내식 서비스며 아주 빠삭했지. 올바른 취업 준비생의 자세였다.

당시에 어딜 가면 승무원이냐는 얘기를 들었었다.

간절하게 원하면 닮아간다... 그 말은 사실이다.


실패만 했던 이 경험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정말 나중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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