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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떠난다면, 내가 먼저 죽기를

그렇게 선택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일이다.


최근 과외를 시작했다는 이유로 연락도 자주 하지 못하고 지내는 친한 동네 아줌마(?)와의 일이였다.


그런데 몇 통의 전화가 하루 걸러 하루로 걸려왔고, 나는 여자들만의 특유의 직감으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싸늘한 느낌을 았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그날,

'선생님, 제 남편이 말기암이래요. 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라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도 못 산다네요, '


그리고 위로라는 말조차 건넬 수 없는 내게 다짜고짜 질문했다.


'선생님은 남편 없이 살 수 있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상대방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워하는지 지레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난 꽤 시끄러운  집안에서 자라났다.


어릴 적(적어도 5살 이전에) 나는 엄마아빠가 주 양육자라기보다는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부모님이 계셨지만 꽤 자주 다투셨고, 할머니는 우리 부모님과 처음에는 같이 사셨다가 분가를 하셨다.  

도저히 그 꼴 보기 싫다고.



나는 고3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나의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2(북한군도  중2  무서워서 못 온다는) 학년부터 나는 엄마에게 수시로 집을 나가라고 권장했고, 아빠와는 늘 얼굴을 찌푸리며 서로를 바라보았었다.

제일 싫어하던 건 아빠와의 겸상이랄까.


그래서 나는 독립을 빨리 했다. 고3  기숙사 시절부터 대학교까지 될 수 있으면 기숙사에서 생활하려 했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도망치듯이 전주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그렇게 직장생활 중 만난 우리 남편은 내가 기간제교사를 할 때 나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데이트를 신청했다.(조금 웃기지만ㅋ)




사실 우리 남편은 정말 나에게 극비호감이었다.

붕어빵 부자


나는 그때 당시 남자에게 질린 상태였다.

그전에 사귄 남자친구가 스토커 기질이 있어서 직장과 집 앞에서 몇 시간씩 기다렸고 날 감시했다.


그 모습에 난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두려웠고 남자가 싫어질 뻔했다.


게다가 우리 남편은 키가 크고 듬직한 내 이상형과 다르게 170이 안 되는 키에  작은 눈, 장난스러운 얼굴을 가진 누가 봐도 호감형은 아닌 남자상이었다.(Dj DOC의 이하늘과 성룡을 섞어놓은 얼굴)



나는 처음 우리 남편이 전화를 해서 밥을 먹자고 했을 때의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선생님, 저 어제 같이 행사 때 봤었던 ooo이에요. 이따 점심이나 같이 할래요?'


'제가 왜 ooo선생님이랑 밥을 먹어요? 혹시 다른 선생님도 계시나요?'


'아니, 그냥 여기 촌에서 밥 먹을 사람도 없고 교직생활 신규 선생님한테 밥 한번 사주고 싶어서요'


'아, 혹시.. 선생님 저한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러신 거라면 거절하고 싶어요'


'하하, 선생님 도끼병 있어요? 그냥 편하게 진짜 밥이나 먹자는 건데 이따 편하게 봐요!'


순간 난 도끼병 있냐는 말에 급 민망해졌고..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으러 나갔다.



그리고 얼떨결에 시작된 만남은 우리의 연애를 시작하게 했고 5년의 연애 끝에 우린 결혼했다.




2016년 6월 결혼하고, 현재 8년이 되어가는 지금 난 내생애 가장 잘한 일은 남편과 결혼한 일이다.


토끼같은 자식도 벌써 36개월

나는 그때 내게 손 내밀어준 남편이 진심으로 고맙다.




그만큼 결혼생활 중 나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도 남편을 잃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친한 동네 아줌마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면 어떨까라고 상상해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두려웠다.



그리고 만약 선택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남편보다 내가 먼저, 혹은 대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둘 다 오래 이 세상에서 살다 가면 좋겠지만,.  늘 내 곁에서  힘들 때나 기쁠 때 같이 있어준 남편의 뒤를 따라가고 싶진 않았다.


얼마 전 동네 아줌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샘, 남편에게 잘해줘요. 저도 맨날 투정 부리고 때로는 미워했는데.. 지금은 못해준 거만 기억나요,, ooo선생님한테 잘해줘요'


순간 남편에게 버럭하며 피곤하다고 자주 짜증내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언제나 내곁에서 나랑 투닥거리며 살아갈 것 같은데 .....





우린 삶이 유한한 걸 알지만 자주 잊는다.

곁에 있는 사람이  내 목숨도 내놓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란 걸


매일 이 사실을 깨닫고 산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덜 후회하면서 살지 않을까..



오늘도  남편에게 잘 대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하루다.


남편이 좋은 이유는 다음 이야기에 한 번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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