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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이란  어려운 시험지 같다.

아버님이 아프시다

 결혼생활은 참 행복한데 시댁은 쉽지 않다.


누구보다 착하고 자식에게 피해를 끼치려 노력하시는 시어머니


그리고 결혼하기 전부터 항상 편찮으셨던 아버님


나는 결혼 후 너무나도 다른 시댁 풍경에 놀란 적이 많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명절에 갑자기 많은 음식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드는 것이 낯설었고.


힘들게 만든 음식을 먹으려 자리에 앉았을 때 단 하나도 못 먹어본 음식이 어찌나 먹고 싶은지


 조카들이 개눈 감추듯 먹어버린 음식에 외숙모라는 이름이 되어버린 나는  조카들이 예쁘다기보다는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계속 쉬라며 타이머를 켜가면서까지 배려해 주시는 시어머니도 남편이 더 많이 요리하고 설거지를 해도 희한하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친정이 그립다기보다는 그냥 우리 부부의 집에 가고 싶었던 나는 답답하고 어색했다.


시간이 흘러 시어머니와 시누이도 내게 항상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점점 편해지고 가족으로서 도 좋았다.


하지만 아무리 편해져도  가까이 사는 건 조금 꺼려진다.


최근 시아버님의 병으로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시다.


 얼마 전 아버님을 오래 봐주시던 주치의는 사전연명의료에 대해 자식들과 논하라고 했다.


때마침 어머니는 시누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다급히  전화를 했는데, 아버님이 올해 안에 돌아가실 수 있다면서.. 그 말을 듣고 위경련이 올만큼 스트레스를 받으셨다.


나도 너무 놀랐고 남편과 시누이도 놀라서 당장 편도 2시간  거리를 잽싸게 달려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버님은 항상 편찮으신 모습만 보아서인지 꽤 괜찮으신 모습으로 남편과 시누이를 맞이했다고 들었다.


그때 난 어린 아들이  있기에  혼자서 육아를 해야 했다.


그렇게 입원 후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는데 다시 일주일 후 시누이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어머니가 다음 주에 퇴원을 하고 집에서 함께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지인 가족들과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동해로 떠났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누이는 남편에게 "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맘 편히 집에서 두 시간 이상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안 다닌다"며 질책하듯이 말을 전했다.


사실, 형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서운했겠지만 나도 기분이 좀 언짢았다.


사전에 약속을 취소하고 어머님  댁에 간다고 말씀드렸으나 퇴원하고 집에서 함께 만나자는 어머님 말에 우린 여행을 갔다.


맘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슬퍼하고 있을 것도 아닌데.. 내가 여행약속을 취소하지 않은 것이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누구보다 나도 걱정하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시댁은 시댁인 걸까


서로의 마음에 알게 모르게 서운함이 쌓이는 것 같다.


이번주도 남편이 어머니대신 병원에 아버님 간호를 하러 간다.


덕분에 난 이번주도 독박육아 당첨이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져 가족과 보낼 시간이 없는데 주말에 남편없이 애를 봐야 한다는게 버겁고 피곤하다.

어머님이 병간호하느라 힘드실 텐데 나만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들었다.


이래서 시댁은 시댁인 걸까

자식 같은, 엄마 같은.. 이런 말은 어울리지 않는 걸까


참 어렵다, 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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