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있던 게 많았던 딸
"아니 왜!!! 내가 하는 공부인데 내가 결정을 못 하냐고!"
"아니 왜!!!!!"
요즘 딸의 유행어
"아니 왜!!"
아빠가 오래간만에 야근하고 들어온다는 말에 다시 셋이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학원 갔다 돌아온 딸이
빈 종이에 "엄마 우리 하루에 두 시간은 서로 대화하자"
라고 써 놓고 날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두 딸이 언니가 말하면 동생이 말하고 동생일 말하면 언니가 다다다다 말하는 환경 속에서 두 시간 대화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이유 없이 "좋아"라고 외쳤다.
그렇게 시작한 아빠에 대한 불만부터
"엄마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한 거야?"
"왜?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아니 그냥 혼자 살고 결혼하지 말고 엄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지"
"엄마가 지금 행복해 보이지 않아?"
"맨날 일만 하는데 행복해 보이면 이상한 거지"
딸아이가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행복하지 않아 보였다.
솔직히 사실이기도 한 부분이어서 찔리기도 하고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 고마운 마음까지 느끼기도 했다.
"엄마는 어릴 때 많이 혼났어?"
"아니 엄마는 많이 안 혼났어"
"좋겠다 부럽다, 난 엄마가 되면 엄청 많이 혼낼 거야"
아 내가 너무 딸을 머라고 했구나
아이들의 시선은 정확하다.
거짓이 단 하나도 없다.
슬프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거
두 번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건 진짜다.
외롭더라도 혼자 즐기며 살 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