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는 시간
어디로 떠나는지 알 수 없지만 난 늘 떠났고 짐을 쌌다.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항상 무거웠다.
'즉흥여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즉흥여행'은 돌아올 곳, 여행을 끝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나의 '즉흥여행'은 떠나면 떠날수록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날 지치게 만들며 날 잃어버리기만 했다.
떠난다고 떠났고 돌아와야 했기에 돌아왔는데 늘 지쳐있었다.
떠나도 돌아와도 그 어디에도 난 없었다.
아내로서, 엄마의 역할로 난 날 찾으려 했다.
회사에서는 인정받으려 했다.
난 늘 그렇게 나를 알려야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착각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감정 없는 마네킹처럼 "나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들이 날 바라봐주길 원했고, 화려하게 꾸미려고만 했다.
나를 잃어버렸으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다움'도 없었다.
꾸미지 않아도 민낯이 예쁜 사람처럼 예쁘고 싶었다.
꾸미지 않은 나의 모습이 그들에게 초라해 보일까 봐 가장 먼저 숨겼고,
나의 지침이 그들에겐 투정이라고 비칠까 봐 참았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라는 말을 들을까 주어진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고 애썼다.
늘 애쓰고 있었다.
선물을 포장하듯이 나를 포장하느라 바빴고 가장 화려하게 가장 빛나게 그리고 나의 '찐 모습'이 보이지 않게 숨겨줄 수 있는 것을 찾고 또 찾으며 땀을 흘렸다.
더 이상은 물러나고 싶지 않았고 나다움의 첫 발걸음은 '월급'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숨겨진 날개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길의 시작과 끝이 비포장도로일까 봐 많이 초초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이고 무엇을 할 때 내가 숨을 쉬고 있다고 느껴지는지를 하나씩 알 수 있었고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글을 쓰는 것
나의 흔적을 남기며 일기 쓰는 것
늦은 밤 나만의 시간 속에서 책을 보며 글을 쓰는 것
내가 가장 나다울 때는 나에게 다른 수식어가 붙어 있지 않을 때였다.
-아내
-엄마
-회사에서 불리는 나
이 모든 게 사라지고 내가 나 다움을 흔적을 남기며 여기저기 글을 쓸 때 가장 나 다웠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나가 아닌 그냥 나였다.
꾸밈도 없다.
그곳의 서의 꾸밈은 사치다.
다른 사람의 시선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마음속에 담아만 두었던 그 모든 말이 글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읽힐 때 가장 행복하다.
조건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시간, 꾸밈없는 시간
꾸미지 않고 흔한 액세서리 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빛나야 한다.
지금 난 빛내기 위해 나에게 들러붙어 있는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한다.
내가 빛나는 건 주변이 가장 어두워여야 가능 하지만 난 다른 조건 없이 단연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다.
수식어를 버린 나의 시간
고요함 속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 순간
모두가 잠든 시간이라 피곤하지만 내가 가장 나 다운 시간,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현실에 굴복해 껍데기뿐인 곳으로 다시는 발걸음을 옮기고 싶지 않다.
지극히 평범한 나만의 시간
수식어가 붙어있지 않는 시간
온전히 내가 나인 시간
난 그 시간을 계속 붙들고 내가 하고 싶고 행복한 일을 할 것이다.
모든 수식어를 버리고 민낯이 예쁜 사람처럼 예뻐지자.